▲언덕받이 골목길 끝에 어김없이 올라서 있는 예배당 건물과 십자가.
최종규
.. 자유당 정권과 유신, 5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반공 노선에 한국 교회와 목사들이 인권 탄압을 묵인하거나 도리어 앞장서서 주도한 것은 중대한 범죄다. 이것은 역사적 범죄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정의를 짓밟는 행위다. 교회가 하느님의 정의에 배치되는 특정 집단이나 사상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이념과 정치 대립의 장에 깊숙이 개입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
1966년 박정희 군사정권 때 김준곤 목사에 의해 '대통령 조찬 기도회'가 시작됐다. 연중행사로 열리는 이 모임의 첫 번째 기도에서 김준곤 목사는, "박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2회 때는 "우리 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 하는가 하면 …
1980년 8월 6일 전두환이 5ㆍ18학살의 공로로 대장 진급을 하던 날,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개신교 지도자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도회가 열렸다. 정진경 목사는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 (52, 57쪽)
예전부터 인천은 '서울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거쳐 가는 징검돌 노릇을 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뿌리내리며 살던 사람들 집에서는 딸이며 아들이며 서울로 대학교를 다니다가 서울에서 일자리를 잡아 서울에서 홀살이방을 조그맣게 얻다가는 조금씩 전세값을 모아 아예 서울에 뿌리내리곤 합니다. 이러면서 인천은 늙은 엄마 아빠가 할매 할배가 되도록 조용히 남는 땅으로 바뀌어 갑니다. 서울과 가까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탓이라 할 테지만, 아직 인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젊은이를 빼고 스스로 인천에서 오래오래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 식구는 그리 안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아니라 한다면. 젊은 식구는 그나마 인천 옛 도심지를 벗어나 부평이니 관교동이니 연수동이니 또 송도니 청라이니 하는 비싼 아파트(서울과 견주면 반값쯤 되거나 훨씬 더 싸지만)로 옮겨 갑니다.
이러면서 저절로 '예전부터 많았던 예배당에 들락거릴 사람' 숫자도 줄어들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많은 예배당 가운데 문을 닫는 곳은 아직 한 군데도 못 봅니다. 오히려 모두들 새로운 사람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며, 골목골목 '새 신도를 환영합니다' 하는 글월이 적힌 전단지가 뒹굴고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계산동이나 부개나 부평 둘레에는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못지않은 엄청난 교회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때로는 더 크다 싶은 교회 건물마저 숱하게 지어집니다.
.. 재미난 사실 하나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신앙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소망교회를 찾는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소망교회가 시쳇말로 '물 좋은' 교회로 알려지면서 '집안 좋은' 배우자감을 물색하기 위해 소망교회 청년부와 대학부에 등록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내각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이 소망교회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소망교회는 권력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 (138쪽)예배당 건물을 바라보면서 절집 건물을 생각합니다. 절집도 천주교나 기독교에서 세우는 예배당 건물과 마찬가지인 종교 시설입니다. 곰곰이 따지면, 지난날 불교 절집 또한 '우리들 낮은자리 여느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거두어들이고 품을 그러모으면서 으리으리하게 건물을 올려세웠습니다. 이제는 불타고 없다는 황룡사 높직한 나무탑을 헤아려 보든, 다른 수많은 이름난 절집을 떠올려 보든, 그 절집을 짓는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짜야 했을까 싶어 적잖이 쓸쓸합니다.
오늘날 큰 교회 건물이라면, 뭐 무턱대고 아무한테나 돈을 거둬내지는 않습니다. 그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 주머니에서 돈이 나올 테지요. 그런데 그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왜 당신들 교회가 새 건물을 번쩍번쩍 높직높직해지는 데에만 돈을 낼까요. 하느님을 사랑해서? 예수님 믿음을 이 땅에 널리 퍼뜨리고 싶어서?
그러면 하느님 사랑이란 무엇이고, 예수님 믿음이란 무엇인가요. 하느님한테서 사랑을 받고프다면 어떤 사랑을 어떻게 받고 싶은가요. 예수님 믿음을 나누고프다면 어떤 믿음을 누구한테 어떤 매무새로 나누고 싶은가요.
집없어 떠도는 숱한 사람들은 하느님 사랑이나 예수님 믿음을 받을 만한 몸이 못 되는지 궁금하고, 비싼 집삯에 허덕이는 낮은자리 사람들한테는 하느님 사랑이든 예수님 믿음이든 와닿을 구석이 없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