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도라지~한국무용 도라지 춤을 추고 있는 지역 주민들, 그동안 연습하며 애쓴 솜씨가 매우 빛나더군요.
손현희
공연은 거의 칠곡 주민들이 꾸리는 동아리 모임에서 준비를 했는데, 어르신들이 손수 준비한 '한국무용', '아코디언 연주', '시조창', '사물놀이', '풍물연주'와 같은 공연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우리 뿐 아니라, 산속에 둘러앉아 구경하는 많은 이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매우 흥겨워하는 걸 보니 저절로 신이 났답니다. 생각대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 가락에 더 쉽게 빠져들고 감동하며 더욱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였답니다.
그 가운데 평균 나이 '예순다섯'이나 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엔, 모두 손바닥에 불이 날 만큼 손뼉을 쳤답니다. 연주단 맨 앞자리에 매우 눈에 띄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는데, 하얀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을 지고, 깔끔하게 단체복을 입고선 아코디언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 매우 남달라보였어요. 어르신들이 공연하기에 앞서 사회자가 이 할머니한테 다가가서 몇 가지를 여쭈었는데 이야기하는 걸 들어봐도 참 젊게 사는 분이시구나! 하는 걸 느끼겠더군요.
"할머니 연세가 몇이세요?""나? 올해 6학년 15반!""네?"
우리도 잠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이내 알겠더군요. 올해 나이 '일흔다섯'이란 얘기였어요.
"할머니, 아코디언을 연주 하고 난 뒤에 뭐가 가장 좋으세요?""이런 걸 하니까, 항상 즐겁고 뭣보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다 쓰니까 치매 걸릴 걱정이 없어서 제일 좋지요!"구경하는 이마다 한바탕 크게 웃었지요. 할머니가 말씀도 재미나게 하시고 재치가 넘치는 말솜씨에 모두가 즐거웠어요. 연주를 할 때에도 무려 다섯 곡이나 했는데, 손놀림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기울여서 하는 걸 보면서 참 놀랍더군요. 누구나 할 것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 할머니한테 눈길이 많이 쏠린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