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올레돌담올레
김강임
하가리 올레길의 또다른 특징은 대부분이 돌담길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꼬불꼬불 이어진 곡선 길입니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아 거릿길에서 대문까지 굽이굽이 돌아가야만 했을까요. 한 구비 돌아가니 대문 없는 초가가 나오더니, 또 한 구비 돌아가니 초가를 개량한 슬레이트 지붕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올레를 통해서야만 대문까지 들어갈 수 있었지요.
올레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에서 가장 키가 큰 것은 팽나무입니다. 그리고 팽나무 앞에서는 여지없이 거릿길이 두 세 갈레로 갈라지더군요. 허름한 집과 우영밭(자투리 텃밭), 고목이 무슨 풍경이냐고 반문 할 테지만, 올레와 어우러진 풍경은 말 그대로 동양화입니다. 그리고 그 동양화 자체가 바로 마을사람들의 속살이지요. 온화하고 따뜻하고 넉넉한 그림이었지요.
하가리 마을 잣동네에서 진짜 긴 올레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거릿길에서부터 대문까지 300m 정도 될까요. 바당올레, 마장올레, 생이기정올레, 오름올레만 장관인줄 알았는데, 넝쿨식물들을 칭칭 감고 있는 돌담길 올레 또한 장관입니다. 올레 모서리에 자라는 무성한 잡초는 신록의 계절을 암시했습니다. 요즘은 시골길도 제초제를 뿌려 풀 한포기 자라나지 않고 삭막합니다. 그러나 하가리 잣동네에서 진짜 올레를 걷다보니 숲길을 걷는 것 같더군요.
제주올레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것이 있다면 돌담이지요. 올레길에 쌓아올린 돌담은 제주만이 지닌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올레길 돌담은 한결같이 나지막합니다. 때문에 옆집의 근황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지요. 담을 높아 쌓아 주변과 단절되거나 이웃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도심의 올레에 비하면 나지막한 돌담은 소통의 담입니다. 그리고 제주사람들은 그 올레길 돌담 위에 곡식을 말리기도 하고 이불을 말리기도 하지요.
올레꾼의 여백을 채워주는 화장실 문화 '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