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일으켰던 보일러폐기 처분된 보일러 물통
고기복
그렇다고 건물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을 때마다 입을 다문 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미 다 납입했던 청소비와 물세를 다시 요구해 와서 부당하게 더 낼 수 없다는 뜻을 강력하게 주장하다 "방 빼"라는 소리를 다시 들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당시 우리 쉼터는 청소비와 물세를 다른 층 세입자에 비해 과다하게 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건물 청소비와 물세를 꼬박꼬박 내왔었는데, 중간 관리를 맡았던 다른 층 세입자가 관리비를 넉 달 가까이 내지 않고, 이사를 가 버리면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건물주와 청소비와 물세 관련하여 몇 달을 다퉈야 했습니다. 쉼터에서 주장한 것은 최소한 물세는 계량기를 기준으로 내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었고, 건물주는 쉼터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건물주 말대로라면 모 통신회사 대리점과 중국집, 노래방이 들어서 있는 1층과 지하가 훨씬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지만,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아군 아닌 아군이 생겼습니다. 전달에 비해 갑자기 물세가 많이 나오자, 1층 중국집에서 "물세를 계량기대로 냅시다"라며 그간 쉼터가 주장하던 바를 거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계량기를 기준으로 물세를 계산하기로 세입자들 사이에 동의가 이뤄지자, 건물주는 층마다 계량기를 달았습니다. 우리 쉼터는 이미 계량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건물주는 누수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싱크대 옆에 다시 한 대를 설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