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아이해수가 맑고 파도가 적당히 거칠어 물놀이 하기엔 최고다.
문종성
이 순간 자아를 잃어버린 난 비참해진다. 무엇이 나를 자유롭지 못한 채 마음만 불타오르도록 구속시키는 것일까? 왜 작고작은 한 청년은 천둥벌거숭이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흐름을 타지 못하고, 대사의 법술에 갇혀버린 손오공처럼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건가? 선비시대 피를 이어받은 태생적 한계일까, 활달한 척하면서도 나름 내성적인 원래 성격 때문일까?
섹시한 비키니 차림의 여자들과 어울려 놀고 싶다는 그런 초(超)유치한 생각이 아니라 정말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 마음껏 격정적인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짜릿한 그 순간. 그 바람 같은 자유로움이 없다는 것이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는 내겐 너무 씁쓸했다. 나를 위로하는 건 뚤룸 입구에서부터 함께 동행 해 온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 출신의 어거스틴.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자네도 뛰어들지 그래. 보는 것과 즐기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 줄 알아? 이 여행에서 남기는 추억의 주체냐 객체냐의 문제지. 하지만 보다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어. 그건 능동적 움직임이 스스로를 정말 사랑하는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거지. 어떤 상황에 대해 피하거나, 가만있거나, 무시하는 것도 때론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건 교묘하게 내면의 진실을 숨기는 가식적 사랑일 수도 있거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주어진 것을 누려 봐. 잘못한 것이 없다면 뭐든지 두려워 할 필욘 없잖아?"
"그럼, 난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가요?"
"아니, 내가 봤을 땐 뭔가 자신에 대한 본질을 억제하려는 게 느껴져. 스스로를 좀 더 사랑했으면 해.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그만큼의 자유를 경험하지. 단, 이기적이어선 안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