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아줌마들 스스로 무대를 꾸미고 마련하면서 스스로를 아름답게 살찌우는 자리로 여미는 '동네 골목길 시다락방 잔치'입니다.
최종규
국어책 읽듯 읽으시는 분이 있고, 낭창낭창 구성지게 읽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나지막하면 나지막한 대로 반갑고, 쨍쨍 울리면 울리는 그대로 즐겁습니다. 다 다른 아줌마들 다 다른 목소리와 숨결이 조그마한 시다락방을 감쌉니다. 다 달리 꾸려 온 아줌마들 삶이 목소리에 실리고 숨결에 깃들면서 조촐하게 꾸며진 시다락방을 채웁니다.
오늘은 마침 ㅎ방송사에서 우리 동네를 찍는다며 찾아와서 시 읽는 잔치를 하는 모습도 촬영기에 담습니다. 그런데 방송사 분은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그림’을 찍는 데에만 마음을 쏟고, 시읽기를 마친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 시를 골라서 읽은 까닭은요, 우리 동네를 가로지르려 하는 산업도로 문제 생각이 나서였어요. 우리가 이 동네에 조용히 살면서 달님도 보고 살 수 있는데, 그런 개발이 이루어지면 우리 삶터가 망가지잖아요. 달님한테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습니다”하고 이야기를 할 때에는 촬영기를 들지 않습니다.
시읽기도 시읽기대로 좋고, 시읽는 모습은 시읽는 모습대로 반갑습니다. 이 모습만으로도 얼마든지 ‘그림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알맹이 없는 시가, 알맹이 못 짚는 시읽기가, 알맹이 못 받아먹는 시잔치가 되어 버리게끔 촬영기에 담았다면 어쩌지요. 우리들 동네 아주머니 시잔치를 제대로 못 보여주는 아쉬움보다, 애써 서울에서 인천까지 먼길을 달려온 그 방송사 분들 가슴에 고운 빛줄기 하나 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훨씬 큽니다. 우리 동네 이야기야 누가 찍건 말건 우리들이 오순도순 어울리면서 살아갑니다. 동네를 망가뜨리는 못된 정책이 밀어붙여질 때, 많지 않은 숫자요 하나같이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새벽부터 밤까지 추운 겨울날에도 똘똘 뭉쳐서 부딪히고 싸우면서 살아왔습니다. 계단도 잘 못 디디는 할머님들이 어쩜 그리 기운차게 하시는지, 옆에서 함께 싸우는 젊은 우리들은 깜짝깜짝 놀랍니다. 삶이란 주먹힘이 아닌 마음힘으로, 가슴에서 샘솟는 속힘으로 꾸리는 줄을, 머리가 아닌 몸뚱이로 배우곤 합니다.
- 진세네 - 엄마는 과자를 굽고 있어 진세 맘에 꼭 드는 과자. 진세는 한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거야. “엄마야, 선생님이 모든 글자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요.” “그렇지, 과자 속에 엄마의 사랑이 숨어 있듯이.” 진세 아빠가 말했어. 그리고 세 식구는 과자를 냠냠냠 먹었다는 거야 나도 좀 줄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