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조림명태조림은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따끈한 밥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이종찬
토요일, 고단한 해가 피눈물을 적실 무렵마포 상수동에서 한강시민공원 가는 길가채소와 생선을 파는, 세상 때가 디룩디룩 낀 트럭에지는 해처럼 동그란 눈 부릅 뜬 명태 서너 마리 걸려 있다 꾸덕꾸덕 마른 명태 마치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 같다 작은 설날이나 작은 추석날 온 식구 한자리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 나눌 때어머니께서 주욱죽 찍어주시던 그 꾸덕꾸덕한 명태형제들끼리 막걸리 한 잔 나눠 마시며 고추장에 찍어먹던 그 명태의 살가운 맛 떠올라만 원짜리 한 장 남은 지갑 큰 맘 먹고 꺼내 트럭에서 명태 네 마리 3천원 편의점에서 막걸리 2병 2천4백원 주고 산다서둘러 2평짜리 방에 홀로 들어와 그때 어머니께서 찢어주시던 것처럼 손으로 명태를 주욱죽 잘게 찢는다 막걸리 한 잔 쭈욱 들이킨 뒤 잘게 찢은 명태 세상살이처럼 씹고 있자니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이 세상 모든 자식은 불효자라며 눈물 살짝 비추던 윤재걸 선배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 이소리, '명태' 모두어느 한 곳도 버릴 게 없는 팔방미인 명태. 살은 국이나 찌개로 끓이고,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는 소금에 절여 '서거리깍두기'를 담거나 생채에 넣어 먹는 명태. 사람 몸에 좋은 단백질이 듬뿍 들어있고, 지방과 열량은 아주 적게 들어 있는 명태. 국을 끓일 때 함께 넣어 고추냉이에 찍어먹는 '곤이' 맛이 끝내주는 명태.
예나 지금이나 명태는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바다 생선이다. 겨울철을 맞은 요즈음, 관혼상제 때마다 빠지지 않고 상에 버젓이 오르는, 맛도 좋고 영양가까지 아주 뛰어난 명태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2월부터 4월까지가 산란기인 명태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속에 알이 꽉 차는 1월에 가장 맛이 좋다.
명태에 얽힌 옛말도 숱하다. '맛 좋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 사흘 국 끓인다', '북어 한 마리 부조한 놈이 제사상 뒤엎는다', '고성 거진항에서는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 '북어 뜯고 손가락 빤다' 등도 있다. 이는 명태가 우리나라 사람들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라는 뜻이다.
한류성 바다 생선인 명태는 수온이 1~10℃인 차가운 바다에서 살며, 겨울철 알래스카 베링해와 우리나라 동해 앞바다에서 특히 많이 잡힌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강원도 고성 거진항을 중심으로 '명태축제'가 열리는 까닭도 고성이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명태 어획량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