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체결한 쟁점 법안 합의 결과를 놓고 한라나당이 내홍에 빠진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참석하여 활짝 웃고 있다.
유성호
빨간색에 대한 홍준표 원내대표의 '집착'은 유별나다.
1996년 정계 입문 이래 13년 동안 줄곧 붉은색 넥타이만을 고집하고 있다. 당직자회의나 TV 토론회, 유세장 등 공식 석상에 매번 똑같은 넥타이만 매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장롱 속엔 붉은색 계열 넥타이만 45개가 걸려 있다고 한다. 심지어 겨울 내복 등 속옷까지 빨간색이다.
빨간 넥타이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으면 "성(姓)이 홍가라서 빨간 넥타이를 맨다. 내복도 빨간색만 입는다"고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홍 원내대표가 붉은색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러시아에선 붉은색이 정의와 순수를 상징한다. 정의(Justice)와 순수(Purity)의 첫 글자가 '준표'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맑고 곧은 정치를 해보자는 뜻에서 매기 시작했다."사실 붉은색은 혁명, 진보, 좌파, 선동, 단결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붉은색은 1792년 프랑스 혁명에 나선 자코뱅당원들에 의해 자유의 상징이 됐고, 1907년 러시아에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상징이 됐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붉은색'은 또 다른 의미로 친숙하다. 2002년 광화문을 붉게 물들였던 '붉은 악마'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붉은색은 낯설고 거북하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상징색은 '안정감'을 강조하는 파란색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찬회 등에서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곤 한다. 파란색 물결 속에서 홍 원내대표의 붉은 넥타이는 늘 '홍일점'이 된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오히려 그는 정치적 기로에 선 결단의 시기나 정치적 운명을 건 승부에 나설 때일수록 붉은 넥타이에 더 강한 집착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가 중요한 순간에 '전투복'인 바지 정장 차림으로 갈아입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홍 원내대표는 붉은색 넥타이를 깃발마냥 힘차게 펄럭였다. 특히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 원내대표와 '호형호제' 사이면서도 경쟁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와 셔츠를 선호했던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20여일 동안 계속된 야당과의 쟁점법안 협상에 나서면서도 어김없이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연일 TV 화면에 비친 그의 붉은색 넥타이는 전투에 나서는 군인의 비장함을 연상시켰다.
'사퇴론'에 휩싸인 '붉은 넥타이'길고 긴 여아 쟁점법안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 된 뒤, 홍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안 대 민주당안이) 6대 4 정도로 반영됐다"며 "(점수로 치면) 80점"이라고 자평했다. 평소 "여야 협상이 '6대 4' 정도로 되면 잘된 협상"이라고 말해왔던 그에게 이번 협상은 썩 잘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