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 신부의 동상세계최초로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을 발명한 프랑스의 돔 페리뇽 (Dom Perignon)신부. 어딘가 술을 좋아할 것 같은 인상이다.
백찬홍
실제로 천주교와 술은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와인전문가로 불리는 '소믈리에'(Sommelier)의 어원은 중세 유럽 수도원에서 식음료를 담당하는 사람에서부터 유래 되었고 독일의 리슬링(Riesling) 와인이나 프랑스의 돔 페리뇽(Dom Perignon) 샴페인 등은 수도사들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이외에 벨기에 베스트플레테른 식스토 수도원의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만드는 'Abt12'는 현재 세계 최고의 맥주로 꼽히고 있다.
이렇듯 천주교가 술에 대해 개방적이기 때문에 평신도는 물론 신부들 중에도 주당들이 꽤 있다. 독신생활의 외로움, 사제활동의 스트레스 등으로 자연스럽게 동료신부들이나 신자들과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는 신부들 중 일부는 사제관에 개인바를 가지고 있고 소수기는 하지만 알콜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허근 신부는 본인이 알콜중독자였다가 치료를 받고 이제는 술 끊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개신교, '어떤 경우든 술은 안돼'불교의 경우는 재가불자든 승려든 지켜야할 기본 계율 다섯 가지 중에 불음주계(不飮酒戒)가 있어 술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불음주계는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술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자신의 수행에도 해롭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가신도들의 경우 사회생활을 위해 부득이 술을 마시게 될 경우 남에게 해가 되지 않게 적당히 마시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차계(遮戒)라고 한다. 차계는 본래 죄는 아니지만 교단의 필요상 또는 다른 죄가 유발될 것을 막기 위해 경계하는 계율을 말한다. 승려들의 경우는 공동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찰보다는 저잣거리에서 가끔 물의를 빚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개신교에 주당이 가장 적은 이유는 성공회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단이 어떤 경우든 술을 금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개신교는 19세기말 술, 담배는 물론 오락조차 거부하고 경건생활을 강조하는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 하에 성장했기 음주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구한말 미국선교사들은 조선이 쇠락한 것은 정치적 혼란도 있었지만 술, 담배 등으로 인한 도덕적 타락 때문이었다고 강조하고 교회출석자들의 음주와 흡연을 금했다.
근본주의 신앙이 강했던 장로교는 술집을 하는 교인들에게 그만 둘 것을 권했는데 장로교 최초 교회인 새문안교회 당회록에는 '신앙이 좋으나 술장사를 하므로 세례를 줄 수 없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개신교는 이외에 1923년 여자절제회를 창설해 금주 · 금연운동, 공창폐지운동, 미성년자의 음주 · 끽연금지법 실시를 요구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각 종교의 음주전통은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종교 특성상 교리나 전통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방적인 사회분위기로 인해 개신교신자들의 음주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인데 각 교단은 여전히 죄악으로 간주해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몰래 술을 마시는 개신교 주당들의 애환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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