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지역, 완주거리 등이 적혀있다.
박정규
필자는 자전거 타기 전에는 마라톤 대회를 자주 찾곤 했는데, 대회가 끝나면 으레 듣는 질문이 있다. '몇 등 했어요? 기록이 어떻게 되세요?' 이런 질문은 필자의 기록이 좋을 때라도 가뭄에 콩 나듯이 조금 으쓱하게 해주는 맛은 있어도 왠지 마음이 휑해지는 맛이 더 진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어떻게 이겨냈나요? 달릴 때 온 몸에 전해오는 두근거림은 어떤 느낌이었죠? 오늘은 초코파이(마라톤 대회 양대 간식 중 하나. 다른 건 바나나.) 드셨어요?' (연습 부족으로 한번은 거의 꼴찌 선두를 하다시피 해서 간식을 하나도 먹지 못한 적이 있었다.)
왜? 이런 질문을 먼저 하는 이는 거의 없을까? 아마, 모 광고의 카피처럼(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훌쩍거리는 코를 팔로 쓰-윽하고 닦을 때부터 시작된 '등수 조기교육'을 머리에 지진이 나도록 엉덩이에 몽둥이 자국이 물들도록 받아서 그런 건 아닐까?
갑자기 중학교 수학 시간이 기억 난다. 가래떡처럼 하얗던 플라스틱(PVC) 파이프로 분명히 고스톱을 친 것도 아니었는데…. 선생님은 점당 한 대씩 계산해서, 쓰리 고에 피박에 흔든 것처럼 필자의 엉덩이를 차아-악! 차아-악! 소리가 나도록 두드리셨다. 아! 갑자기 슬퍼지는 건 왜일까?
(3탄에 계속됩니다.)
2008년 10월5일. 아르헨티나 베나도 뚜에르또에서(Venado Tuerto, Santafe)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는 < 희망을 찾고, 나누며,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 2006년 5월 16일,“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2009년 5월 16일까지, 몽골여행, 중국종단, 인도여행, 미국횡단, 쿠바일주, 남미일주, 북아프리카 횡단을 계획 중입니다. 2008년 12월 현재는 남미 우루과이를 달리고 있습니다.
* 희망여행 카페: www.kyulang.net
* 희망여행 저서: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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