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국기가 그려진 방파제...그리고 미국 국기모양 팬티를 입은 아이의 묘한 대칭.
문종성
신은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시련을 안겨주는 것일까? 자전거 여행에 마땅한 로맨스 한 번 없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는 일인가? 얼어죽을 궁상에 되도 않을 망상만 선푸른 에메랄드 빛 파도의 포말 위로 흩어 뿌린다.
'없는 놈이 죽일 놈.' 아무리 솔로의 편리함과 유익함에 대해 사자후를 토해내도 연인들 앞에 서면 공허한 메아리. 해보나 마나 한 게임이다. 그렇게 뒤돌아서는 자의 어깨는 또 얼마나 쓸쓸하고 무거워 보이는가.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방파제로 여행자들 사이에 정평이 난 말레콘은 연인들의 보금자리이자 천상의 데이트 장소다. 돈 없고, 마땅한 유희꺼리가 없는 그들은 낮이나 밤이나 이곳에 나와서 남의 시선 아랑 곳 않고 온 몸으로 연인을 사랑해 주는 것으로 그들의 삶이자 취미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이곳에서 솔로는 당연 이방인 취급이다. 아니 누구의 시선 전에 이미 스스로 그렇게 위축된다. 그렇다고 울적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 '아니 근데 저기엔 남자들이 있구나!'하고 반가운 나머지 함부로 뛰어가지 말자. 게이들도 엄연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니까. 굳이 같은 동성을 사랑하는 어렵고 험한 길을 택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이성간의 사랑이 존중되는 만큼 동성간의 사랑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게 나눌 수 있는 곳이 관대한 말레콘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