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문화예술연합(대표 남민우)의 대학생문화예술분과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종군위안부 관련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의 한 모습이다.
박상규
"일본은 사죄하라."
흰 소복을 입은 여인이 일장기 위에 절규하듯 글을 쓴다. 글씨는 피를 상징하는 듯한 붉은색이다.
다른 여인들도 일장기에 "진실 범죄 인정", "일본 보상"을 적었다. 이 여인들 뒤로 검은색 치마를 입은 한 여인이 죽은 듯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뉴라이트문화예술연합(대표 남민우)의 대학생문화예술분과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종군위안부 관련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의 한 모습이다. 이 행사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창립 3주년 행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기 직전에 치러졌다.
흐린 늦가을 날에 펼쳐진 이 퍼포먼스에 많은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다. 30대 후반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 세 명이 퍼포먼스를 보며 말을 주고받았다. 한 남성이 "뉴라이트가 웬일이냐 이런 행사도 하고"라고 말하자, 또 다른 남성은 "그러게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라고 받았다.
뉴라이트가 위안부 문제 해결 퍼포먼스를?그러자 나머지 한 남성은 "야야, 여기 오래 있으면 <조선일보>에 사진 찍혀 우리가 뉴라이트 인사들로 나오겠다, 빨리 가자"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들은 자리를 떴다.
이 땅에서 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사는 생소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날 풍경은 분명히 이질적인 것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쪽이 '뉴라이트'였기 때문이다.
최근 뉴라이트는 많은 이들에게 "친일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안 역사교과서 문제와 건국절 논란을 겪으면서부터다. 물론 뉴라이트 쪽은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
대안교과서를 만든 이영훈(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는 지난 2004년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위안부를 동원하지 않았으며, 사료를 보면 범죄 행위는 권력뿐 아니라 많은 민간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발언 이후 많은 비난이 쏟아지자 이 교수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가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당시 이 교수는 사과했지만 지금도 이 교수를 비롯한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문제는 계속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게다가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3주년 시점에, 기념식이 열리는 행사장 앞에서 위안부 관련 행사를 한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일각에서는 "뉴라이트 진영이 친일파 비난을 희석시키고자 위안부 문제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퍼포먼스를 준비한 남민우 뉴라이트문화예술연합 대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기념식과 관계가 없는 행사"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위안부 문제 사과와 배상을 일본에 권고한 만큼 우리도 문제점을 환기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 대표는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은 이념적인 단체에서 순수하지 않게 진행됐다"며 지금껏 진행된 위안부 관련 운동을 비난했다.
권력 실세들 "뉴라이트 덕분에 정권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