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리 마을 아지매지난 설 대목을 앞두고 선산 장에 갔을 때 만났던 산촌리 아지매, 아지매가 사는 마을에 놀러 한 번 오라고 했는데, 그 뒤로 오랫동안 산촌리 마을에 가보려고 벼르고 있었지요. 우리가 찾아간 날엔 모두 가을걷이로 바쁜 탓인지 마을 사람 하나 제대로 만나지 못했어요.
손현희
경북 구미시 옥성면 산촌리까지 가는 길은 우리한테 매우 낯익은 곳이에요. 앞서 기사로 소개했던 '낙동강 국화축제'가 열리는 원예수출단지를 지나 지난 봄 모내기가 한창이던 어느 날, 산길을 따라 갔다가 아내 사랑이 지극했던 옥관 저수지 밑에 사는 김명돈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을 지나쳐 가야 하지요. 참 여긴 신라 눌지왕 때 세운 '대둔사' 절집도 있답니다. 산촌리는 바로 대둔사와 옥관2리를 지나 더 높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이랍니다.
자전거 타는 이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지난번과는 달리 산을 넘지 않고 아랫마을 구봉리에서 올라가기로 했어요. 거꾸로 가면 가는 내내 오르막이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겠지만 천천히 가을 풍경을 구경하며 가도 좋겠지요.
농사꾼들이 가을걷이로 거둔 나락들이 찻길에 널려 있습니다. 차선 하나를 통째로 다 차지하고 널어놓아도 누가 뭐라 할 이가 없어요. 그만큼 차가 드문드문 다니는 매우 한적한 시골길이거든요. 이제 막 물이 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골짜기에서 흐르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느긋하게 올라가니 어느새 땀이 흐릅니다. 한 이틀 앞서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이 영 좋지 않았는데, 넉넉한 가을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는 사이 아픈 것도 싹 잊어버립니다.
부지런히 발판을 굴리며 올라가는데, 저기 위에서 우리처럼 산 자전거를 탄 이들 여럿이서 내려오고 있어요. 반가운 마음에 내려서서 서로 인사를 하고 보니, '상주MTB' 식구들이었어요. '대구경북연합라이딩'과 '상주코렉스배MTB대회'에서 여러 차례 만났던 이들이라 금세 알아봤지요.
"아니! 상주 분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알고 보니, 이곳 구미시 옥성면은 상주와 맞닿아 있는 곳이었어요. 아니, 구미보다 상주가 더욱 가깝지요. 이들은 옥성 휴양림까지 잇닿아 있는 임도를 타려고 왔다고 하네요. 상주 식구들과 반가운 만남을 뒤로 하고 또다시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