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경기도 화야산에서 만난 얼레지
김민수
이젠 달팽이 걸음으로 만났던 꽃을 나누는 그 나눔의 손길을 마쳐도 될 것 같습니다. 맨 처음에는 100이라는 숫자에 도전을 했고, 이후 그 걸음을 멈출 수가 없어 200이라는 숫자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맨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삶의 자리가 도시로 옮겨지면서 그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졌고, 자연의 품에 있을 때처럼 진득하니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든 사람들에게는 꽃놀이 혹은 들꽃을 사진에 담는 일들조차도 사치로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는데 그들은 그 들꽃에 눈길을 줄 여력조차도 없는 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야생화 마니아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사치스러운 취미 중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들꽃을 만나러 온 것인지 장비를 자랑하기 위해서 온 것인지,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다른 이유들이 더 많은 것 같아 꽃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꽃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