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민 한국어교실 풍경수업 중에 걸음마가 가능한 꼬마가 엄마를 찾기도 하고, 아기를 품에 안거나 옆에 두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고기복
그럼 엄마들을 위한 한국어교실이 진행되는 동안 젖먹이 아기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기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 중 절반은 아기를 안거나, 옆에서 보채는 아기들을 옆에 두고 수업을 하고, 아직까지 낯가림이 심하지 않거나 잠을 자는 아기들은 자원활동가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상당 시간 동안 다섯 명의 아기들은 교실에서, 다섯 명의 아기들은 교실 밖에서 자원활동가 선생님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대개 아기들은 자원 활동가들의 품에 안기거나, 요람 위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 와중에 잘 자다가도 배가 고프거나, 쉬나 응가를 해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칭얼거리며 엄마를 찾습니다. 그러면 엄마들이 달려와서 아기들을 위해 가슴을 풀어헤치고 젖을 물리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교실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문제는 걸음마가 가능한 녀석들인데, 이 녀석들은 거의 통제 불능입니다. 잘 자는 아기들의 잠을 방해하기는 보통이고, 수업에 열중인 엄마에게 달려가기도 일쑤입니다. 그러다보니 아기엄마들은 공부하는 시간보다 아기에게 신경을 쓰는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매주 두 번씩의 한국어수업 시간은 결혼이주민들에겐 오랜만에 고향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자, 사랑방 같은 분위기에서 한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수업에 참석하는 결혼이주민들은 종종 고구마를 삶아 오기도 하고, 시골에서 감을 따서 한 봉지 싸들고 오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젖먹이지만, 몇 해 지나면 엄마보다 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고, 불편을 감수하며 공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매주 수고하는 자원활동가 선생님들 역시 결혼이주민들과 그 가족 구성원들이 우리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의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속에 팔목이 저리고 가끔씩 아이들의 실례에 옷이 젖기도 하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엄마 품에 안겨 조기 교육받는 이 녀석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의 수혜자들 아닌가요? 엄마 품에서부터 한글을 익히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결실이 아름답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