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백문이 불여일미' 아무리 백번 설명해도 직접 한번 맛을 본 것만 못하다. 전통술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덕분인지, 탓인지 그 영향으로 '전통술꾼'이 되어버린 박 팀장은 눈이 펄펄 오는 날 맛보았던 향운주 맛을 잊지 못한단다. 화제를 바꿔 박팀장 개인의 전통술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보았다.
"2005년 3월 초였나봐요. 이곳에서 근무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향운주례가 있는 날이었거든요. 그 날 3월인데도 눈이 내렸어요. 소나무 사이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마시던 그 때의 향운주, 그때 전통주에 꽉 잡힌 거죠.(웃음) 그 꿈결같은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러나 그렇게 맛있는 명품술이 탄생하기위해서는 지난하고 까다로운 술 주조과정이 뒤따라야한다. 얼렁뚱땅 대충 만든 술은 절대 그런 맛을 내지 못한다.
"전통주 만들기요? 어렵죠. 저도 전통술을 한 번 만들어봤는데 정말 솔직히, 너무 어려워요. 까다롭고 복잡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거든요. 술 만드시는 분들도 솔직히 술 만들다보면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세요. 그러나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술을 만들어낸 사람만이 정말 참된 술맛을 알수 있는 것 같아요. 몇 개월씩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기대속에서 탄생한 술과 집앞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몇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술의 맛이 같을 수가 있을까요."
사랑은 기다림이라고 하던가. 그렇다면 술은 사랑이다. 술은 기다림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곧 숙성이다. 때론 한잔의 술을 앞에 두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가 있다. 박 팀장은 전통주를 직접 만들어보고서야 그 그리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선조들의 시조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송강 정철의 시조중에서 술을 익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의 시조가 있잖아요. 국어시간에 배울 때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정말 이제 알 것 같아요. 제가 특별히 고상해서가 아니라(웃음), 전통술을 만들어보면 그 의미를 저절로 알게되요. 정말 몇 개월씩 술을 만들다보면 정말 누군가 기다려져요. 좋은 술은 좋은 사람과 꼭 함께 먹고싶거든요. 이러니까 무슨 술 CF같네요.(웃음)"
'재 너머 성권롱집의 술 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타고/ 아해야, 네 권롱 겨시냐 정좌수왔다 하여라' - 송강 정철의 시조
술잔 앞에 두고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 있던가
"너무 부어라 마셔라하는 문화도 실은 우리 술문화가 아니예요. 우리 술문화는 반주문화 거든요.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면서 마시는 거죠. 무엇보다 우리 술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류거든요. 풍류가 빠진 술은 있을 수가 없죠."
젊은이들이 전통술과 멀어지게 되는 까닭을 박 팀장은 전통주를 접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자주 접하지 않으니 그 진가를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술과 잘 어울리는 안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했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안주류의 개발도 전통주의 대중화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박 팀장의 의견이다.
"사람들은 막걸리가 우리 전통주인줄 아는데 사실은 청주가 우리 전통주예요. 청주가 일본술(사케)인줄 아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은 일제시대 때 왜곡된 것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어요."
덧붙이는 글 | 1.<서화를 통해 본 우리 술>전시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계속됩니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도슨트의 자세한 설명과 시음회도 준비되었다고 하는군요.
2.아울러 11월 1일과 2일에는 '만추만취 가양주 대향연'이 전통술박물관에서 열립니다. 올 가을, 취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3.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올립니다.
2008.10.15 21:4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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