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 9월 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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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후 비보도'를 남발하는 청와대의 고질적인 병폐가 고쳐지기는커녕 더욱 고착화 되는 분위기다.
2일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발언을 임의로 빼려다가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다시 원상회복시키는 사건이 발생한 것.
복수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날 오전 8시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데 신도시만 발표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며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도심내 주택공급을 위한 규제완화 및 지원책이 대거 쏟아질 것이 예상되는 등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서면 브리핑 해놓고 문구 수정 소동
발언 내용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이동관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기자실에 전달됐다. 언론들은 즉시 이 대통령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발언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투기와 과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첫 보도가 나간 지 20여분이 지나자, 청와대에서도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곽경수 청와대 부대변인(춘추관장)이 기자실에 내려와 "대통령의 발언이 일부 잘못됐다"며 수정을 요청했다. 곽 부대변인이 수정해서 전달한 이 대통령 발언은 이랬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건설경기의 활성화가 중요한데 신도시만 발표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건설경기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당초 이동관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원안에서 '재개발·재건축'이라는 문구를 전부 '건설 경기'로 바꿔버린 것이다. 곽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재개발·재건축'이라는 말이 없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청와대측의 수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일부 기자는 "대통령 발언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냐" "눈가리고 아웅한다" 등의 불만을 터뜨렸고, 또 다른 기자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녹음돼 있을 것 아니냐, 그걸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대변인실은 "대통령의 발언 중 앞부분은 '건설경기의 활성화'가 맞고, 뒷부분에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번복했다. "'재개발·재건축'이라는 말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가, "한 번은 했다"고 물러선 것이다.
기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을 두고 대변인실에서 뒤늦게 비보도를 요청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이제 올 것이 왔다", "집값이 뛸 일만 남았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제는 대통령의 '입'을 단도리해야
청와대가 사후 비보도를 남발하는 행태에는 공통점이 있다. 항상 이 대통령의 '실언'이나 '막말'이 먼저 터져나왔고, 참모들이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대통령의 '실언'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듯 하다. KBS 사장 인선 논란 등 일련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읽을 수 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청와대의 '사후 비보도' 남발의 근본 원인을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찾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걸맞은 사고나 행동,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근본 문제"라며 "대통령의 경박한 말을 하게 내버려 두는 참모진의 행태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과거 군사독재식 발상을 단념해야 한다. 이제는 이 대통령의 '입'을 단속 할 때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때문에 기자들이 '영업사원'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청와대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유령 기자' '영업사원 기자'를 양산할지 두고볼 일이다.
2008.09.03 12:3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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