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이 정부 들어 다들 먹고 살기 힘든가 봐
이종찬
내 모습 얄궂다고 비아냥거리지 마라 너는 못 생긴 게 맛이 좋다는 CF도 보지 못했느냐갈바람 시청 앞 촛불로 깜빡이는 저물녘전경들 휘두르는 곤봉에 맞아 하늘마저 우는 밤막걸리 한 모금 마신 뒤 입술로 날 안아보라 바삭바삭 부서지며 스르르 휘감기는 내 몸 고소하고 달착지근하게 하나가 되는 네 혀나는 청와대에서 홍보용으로 시식하는 미친 쇠고기가 아니라 나폴리 장사치들이 먹었던 물컹한 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피눈물 꼭꼭 다져넣은 부침개이니라
-이소리, '부침개' 모두 선선한 가을바람이 이마와 목덜미를 스칠 때면 광장시장으로 가자.
이명박 정부가 낳은 3중고, '고유가·고물가·고금리'로 시름에 젖어들 때, 무언가 배불리 먹고싶은데 주머니가 짤랑거릴 때 광장시장으로 가자. 이 세상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핑핑 잘 돌아가는데 나만 홀로 뚝 떨어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 광장시장으로 가자.
가을바람 애인처럼 옆구리에 끼고 지하철 1호선 동대문행을 타고 가다 종로5가 8번 출구로 나서면 거기 민초들이 아웅다웅 살갑게 살아가는 세상이 보인다.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 바삭바삭 부서지며 고소하게 혀를 까무러치게 하는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마셔보자. 온갖 시름이 '걸음아 날 살려라' 혀빼물고 내빼리라.
'대한민국 피자' 부침개과 '대한민국 와인' 막걸리. 돈 걱정 별로 하지 않고 즐겨먹는 음식 중 이보다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또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들선들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막걸리 한 잔에 갓 부쳐낸 부침개가 그리운 계절이 돌아왔다.
부침개는 예로부터 신분·직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기는 우리나라 특산품이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예로부터 튀기거나 볶는 음식이 드물고 부치거나 삶는 음식이 많았다. 이는 기름이 귀했기 때문이다.
그 중 부침개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피자를 더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대부분 피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부침개에 비해 피자는 느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