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서울 한국은행앞에서 제100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색소 물대포를 쏘며 강제해산시켰다. (왼쪽 사진) 색소 물대포를 뒤집어 쓴 한 시민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 '815평화행동단' 회원들이 '대통령님 대화해요'가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이 학생은 다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의 사정을 잘 아는 중국 유학 1년차 박아무개(25)씨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박씨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최근 한국 경찰 모습은, 중국 공안보다 더하면 더 하지 절대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씁쓸했다. 한국 경찰이 중국 공안보다 "더 심하다"는 말을 중국 베이징에서 듣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올림픽 취재를 위해 베이징에 머물며 뉴스로 접한 한국 경찰은 씁쓸함을 넘어 한숨까지 나오게 했다.
지난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때 한국 경찰은 KBS에 난입했다. 경찰버스로 KBS를 에워싼 채로 말이다. 그리고 15일 한국 경찰은 푸른색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쏘며 촛불시위를 하려는 시민들을 150명 넘게 연행했다.
한국 경찰, 중국 공안과 일란성 쌍둥이?경찰은 시위 참가자만이 아니라 떡볶이 먹던 시민들까지 무차별 연행했다. 그리고 경찰은 연행된 한 여성에게 브래지어까지 벗으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서울에서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사실 이쯤 되면, 한국 경찰은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 시내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고, 골목 곳곳에서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는 중국 공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카메라만 들이대도 현장에서 취조를 하는 중국 공안과 촛불만 보면 거의 경기 수준의 반응은 보이는 한국 경찰은 일란성 쌍둥이다.
안전과 법치를 주장하며 자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건 중국 공안이나 한국 경찰이나 그야말로 오십보 백보다.
정말 백보 양보해서 올림픽도 없는데, 왜 한국 경찰은 "해도 해도 너무 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자국민에게 가혹한 중국 공안의 모습에서 한국 경찰이 겹쳐 보였던 건 단지 나만의 일시적인 착시 현상에 불과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