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교육제도에 대해 풍자한 애니메이션 장면
소니비엠지뮤직
사회주의자 로저 워터스, 그의 역작한편 영화 <The Wall>에 등장하는 주인공 핑크는 앨범 <The Wall>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 로저 워터스의 자전적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인 핑크와 마찬가지로 로저 워터스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때 아들의 탄생도 보지 못하고 이탈리아 전선에서 전사했다.
로저 워터스의 부모는 원래 공산당원이었다고 한다. 부모의 영향이었던지 로저 워터스도 일찍부터 사회주의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눈을 뜨고 노동당의 청년 조직인 '청년사회주의자(Young Socialists)'의 케임브리지 지부 대표를 지냈다. 그는 90년대 후반 한 인터뷰에서는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에 대해 "사회주의 이상이 생명을 다했고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동당 지지자였지만 블레어의 신자유주의식 정치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지지를 철회했다고 한다. 2003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국에 노동당이라는 정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보수당과 또 다른 보수당만이 있을 뿐이다, 보수당은 보수당이라고 불리고 다른 보수당은 '신노동당'이라고 불린다. 그 사람들(신노동당)이 무슨 주장을 하건 간에 말이다"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주의자 로저 워터스와 역시 사회주의자인 알란 파커 감독의 만남, 그리고 음악과 영상의 프로그레시브한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The Wall>은 핑크 플로이드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로저 워터스의 강한 목적의식과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로서의 강한 의욕은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로저 워터스의 목적의식과 의욕이 강할수록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에서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갈등이 증폭되면서 1985년 12월 결국 로저 워터스는 핑크 플로이드를 탈퇴하기에 이른다. 대부분의 작사·작곡을 담당했던 로저 워터스의 탈퇴로 핑크 플로이드는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음악 채널 '뮤직 초이스'는 5000명의 음악팬들의 투표를 통해 2007년 9월 '재결성하길 원하는 밴드' 톱10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1위가 핑크 플로이드였다. 이 결과를 보면 유럽의 음악팬들은 아직도 전성기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를 잊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간간이 언론을 통해 재결성에 대한 떡밥용(?) 기사들이 나오는데,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는 옛말이 있듯이 한 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80년대에는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급진적 충격파를 안겨준 <The Wall>. 2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벽'을 제대로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The Wall>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무너진 벽의 잔해 속에서 미처 사용하지 못한 화염병을 발견하고는, 그 물건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심지를 뽑고 연료(?)를 쏟아서 해체한다. 벽을 무너뜨린 이후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화염병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