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87) 결과적 2

― ‘­결과적으로 이렇게’, ‘결과적으로 볼 때’ 다듬기

등록 2008.08.03 18:50수정 2008.08.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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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런 아이라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라지만 결과적으로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이끌어낸 셈이다 ..  <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샨티,2005) 161쪽

 

 ‘도저(到底)히’는 ‘도무지’로 고쳐씁니다. ‘불가능(不可能)한’이라 안 하고 ‘할 수 없는’으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결과적으로

 │

 │→ 결과로는 / 결과로 보면

 │→ 마침내 / 끝끝내

 │→ 가만히 보면 / 생각해 보면

 └ …

 

 ‘마침내’를 넣어도 되고 ‘끝내’나 ‘끝끝내’를 넣어도 됩니다. ‘드디어’를 넣어도 어울리고 ‘바야흐로’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보기글에서는 다른 꾸밈말을 모두 덜어내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라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으로 적어도 됩니다. 외려, 이렇게 꾸밈말을 덜어냈을 때가 한결 단출하며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입니다.

 

 

ㄴ. 결과적으로 자연보호가 된다

 

.. 농지라는 인위자연에서 인간의 활동이 의미하는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자연의 활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한다. b.공간을 시간으로 치환한다. (휴한기의 폐지, 다모작) c.생산의 영속성을 확보한다. d.결과적으로 자연보호가 된다 ..  <쓰노 유킨도/성삼경 옮김-소농>(녹색평론사,2003) 86쪽

 

 보기글은 하나하나 다듬기보다는 통째로 다듬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붙이 말 ‘결과적’뿐 아니라 다른 낱말과 글월도 함께 엮어서 아예 새롭게 써야지 싶습니다.

 

(1)→ 사람이 가꾼 자연인 논밭에서 사람이 하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갈무리하면 다음과 같다. ㄱ.자연이 활동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인다. ㄴ.공간을 시간으로 돌린다. (농사를 쉬는 때를 없애고 여러그루짓기) ㄷ.농사를 오래도록 지을 수 있다. ㄹ.이리하여 자연을 지킬 수 있다.

 

저로서는 이렇게 한 번 손질해 봅니다만, 이렇게 손질한 글월이 그다지 내키지 않을 분이 제법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손질을 하고 또 한 번 손질을 하면서, 뜻이며 느낌이며 이야기며 찬찬히 건넬 수 있도록 추슬러 줍니다.

 

(2)→ 사람이 가꾸는 자연이라고 할 논밭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ㄱ.자연스러운 시간 흐름을 줄인다. ㄴ.땅을 시간으로 돌린다. (쉬지 않고 농사짓기, 여러그루짓기) ㄷ.언제까지나 논밭을 일굴 수 있다 ㄹ.저절로 자연을 지키는 셈.

 

 뜻을 다시금 곱씹으면서 손질합니다. 저부터 한 번 손질한 글을 다시금 손질하니 뜻이나 느낌이 한결 살아나는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손질하고 다시 쓰고 고치고 해야 비로소 글 하나가 마무리되고, 이야기 하나 엮입니다. 한 번에 쓱 써내려가는 글도 있다고 하지만, 한 번에 써내려간 글도 찬찬히 돌아보고 곱씹으면 손볼 대목이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ㄷ. 결과적으로 볼 때

 

.. 결과적으로 볼 때 순수한 농민들이 갖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  <천주교사회문제연구소-분단시대의 성찬과 평화>(일과놀이,1990) 14

 

 “순수(純粹)한 농민들이”는 “오로지 농사만 짓는 사람들이”로 다듬습니다. ‘곤란(困難)’이라 하지 않고 ‘어려움’으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결과적으로 볼 때

 │

 │→ 가만히 따져 볼 때

 │→ 곰곰이 따져 볼 때

 │→ 이렁저렁 살펴볼 때

 └ …

 

 이 보기글에도 나오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내 땅에서 농사 짓기’가 어렵습니다. 땅값을 대기에도 벅차고, 땅값을 댄다 한들 애써 거둔 곡식을 알맞는 값에 내다 팔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에다가, 여느 도시 사람들은 농약을 안 치고 비료를 안 쓰면서 농사를 지어서 거둔 곡식하고, 농약을 치고 비료를 친 곡식이 어떻게 다른가를 가려내지 못합니다. 우리 몸에도 좋으며 농사꾼이 더 땀을 쏟은 곡식을 알아보지 못하니, 농사꾼이 흘린 땀방울이 제 대접을 받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이렇게 따지고 저렇게 살피며 요모조모 헤아리지만, 어떻게 보나 농사꾼들 살림살이를 펼 수 있는 길은 지금 우리 세상에서는 참 어렵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03 18:5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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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결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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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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