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초달빛이 좋은 밤에는 야광처럼 보인다하여 야광초라고도 한다
김민수
이 꽃을 만난 곳은 전라북도 덕유산 자락의 한 시골마을이었다. 가로등도 한적한 시골의 골목길을 환하게 비추라고 했는지 길가에 무성지게 심어놓았고, 한 무더기씩 피어난 설악초의 무리는 마치 뜨거운 여름 햇살에도 불구하고 녹지 않는 하얀 눈을 연상케 했다. 순백색의 이파리와 꽃에 눈이 시원하다.
설악초는 일년생 꽃이다. 그러니 지금 피어 있는 저 꽃은 지난 해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피어났던 꽃의 후손일 것이다. 그렇게 몇 세대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이 땅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 꽃을 피웠다면 나는 그것을 우리꽃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꽃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주민들을 떠올린다. 2세를 이 땅에서 낳은 이주민들, 그리고 이 땅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로 감싸안지 못한다면 그 민족주의는 얼마나 허망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