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발목잡힌 한국증시연일 오르고 있는 유가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증시의 상승세를 막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의 전광판에 이날 연중최저치에 근접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전날대비 28.60 포인트 하락한 1,577.94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황광모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매우 뜨겁다. 기름값과 원자재 가격을 시작으로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그에 대한 서민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지갑 사정은 빠듯하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던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였지만 정작 경제가 좋아지기는 커녕 물가상승, 일자리 감소 등 저성장에 경상수지 적자 확대로 한국경제는 벌집쑤신 듯 뒤숭숭하기만 하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고환율+원자재 가격상승
한국경제의 지표가 이렇듯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최근 세계경제위기를 주도하는 미국발 경기침체 현상이 이명박 정권의 성장중심 경제정책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대한민국 747'이라는 공약에서 보여지듯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을 고수해왔다. 대한민국 747이란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에, 연평균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이 가운데 연평균 7% 성장을 핵심으로 한다. 경제지표가 매년 7% 이상씩 성장해주어야 국민소득 4만달러도 가능하고 세계 7위 경제대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평균 7%의 고강도 성장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인위적인 고환율정책을 실시하였다. 고환율이란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일례로 2008년 1월초 1달러당 950원가량이던 원화는 6월말 1057원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출업자는 똑같은 1달러 제품을 수출해도 950원에서 1050원으로 100원의 추가이익을 본다. 실제로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831억원, 현대차가 450억, LG 전자가 533억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환율은 본질적으로 제로섬싸움이라 수출의 유리함은 곧 수입의 불리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수입업자들은 1달러 제품을 950원에서 1050원을 주고 사야 하므로 100원의 추가지출을 해야 한다. 한국이 사들이는 수많은 원자재의 가격이 일제히 추가 상승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거시계량 경제모형'에 따르면 기름값이 10%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0.2%가 상승하는데 그치지만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0.8%나 오른다고 한다. 결국 한국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정책 때문에 수입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애초 4% 중반에서 묶을 수 있었던 물가상승을 5% 이상까지 허용해 버렸다는 것이다.
경제실책의 배경은 맹목적인 달러 신뢰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 철저하게 파탄난 것은 이명박의 경제통들이 강만수 경제팀으로 보여지듯 근거없는 미국의 달러경제 신봉자들의 집단으로 구성된 데 그 원인이 있다. 한나라당 경제팀의 일반적 시각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미국 달러경제의 붕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들에게 한국경제의 유일한 성장해법은 거침없이 발전하는 미국 달러경제에 빌붙는 것뿐이다. 한미FTA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성장론도 따지고 보면 1960년대의 '팍스 아메리카나'의 재탕인 셈이다.
강만수 경제팀은 올해 초 1월 부시행정부가 추진한 미국내 경기침체 대응 정책을 맹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부시행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의해 미국내 경제소비가 살아나고 달러화가 강세를 띠게 되면 한미FTA를 통해 한국 대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원자재 수입가격도 다시금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서민물가의 상승분은 대기업의 기록적인 영업실적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게 되고 경제성장 7%가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2008년의 시점에서 미국 달러경제가 과연 예년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는가의 문제이다. 올해 초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건은 휘청이는 미국경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은 미국 금융기관에서 소비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담보조건이 적절치 못한 주택에 대해서도 돈을 마구 빌려준 것이 원인이었다. 주택가격은 내려가고 은행이자는 올라가자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미국인이 급증하고 그로인해 미국은행이 부실해진 것이다.
미국의 소비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현상은 달러화 약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달러화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가 미국자본이 미국을 떠나 높은 화폐가치를 갖는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검토하였고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춰버리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은행이자를 낮추면 은행의 돈이 시중으로 풀리게 된다. 즉 인위적으로 미국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론은 미국발 경제악재에서 어그러져 버렸다. 부시행정부의 1월달 경기부양책은 실패하였고 달러화는 약세 기조를 헤어나지 못해 기름값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40달러선까지 뛰어넘었다. 조만간 기름값 배럴당 200달러 시대가 거론된다. 기름값이 올해 초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미국시장의 구매력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한미FTA를 통한 대기업 수출신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납득할 수 없는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그나마 이명박 정부가 희망을 걸던 한미FTA 비준마저 안개 속에 휩싸여 버렸다.
대박의 꿈을 갖고 미국경제만 믿었다가 쪽박을 차고 마는 행태는 한나라당의 고유한 특징이다. 불과 10년전인 1997년, IMF라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몰고 왔던 세력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권이었으며 미국 재무부만 믿고 단기외채의 비율을 급격히 높였던 당시 경제팀도 강만수를 비롯한 성장중심론자들이었다. 한나라당만 집권하면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오늘의 현실은 경제정책 담당자가 맹목적인 미국신뢰에 사로잡혀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똑똑히 알려주고 있다.
IMF 다시 부르는 이명박의 경제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