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바람으로 자연 건조시킨 옷을 입으면 더할 수 없이 상쾌하지요
이효연
우리 집 옥상, 제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아침 저녁으로 꼭 찾게 되는 곳입니다. 어쩌다 마음이 좀 울적하거나 혹은 컨디션이 안 좋다가도 이곳에 가면 가슴이 확 트이면서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요. 세탁기에서 막 꺼낸 젖은 빨래를 바구니에 담고 계단을 올라 자그마한 문을 열고 나가면 환하게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볕과 함께 부는 시원한 바람이 아주 기분 좋게 절 반겨줍니다.
제가 사는 집은 서울의 평범한 동네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5층짜리 빌라입니다. 작년 봄, 갑작스럽게 서울로 이사를 하며 부랴부랴 1~2년 정도 빌려 살 집을 찾아야 할 상황이 벌어졌어요. 학기 초였던데다가 도무지 전세물량이 귀해서 부동산에 나온 집들이 없었기에 이사 날짜를 앞두고 '이러다가 거리로 나 앉는 것이 아닌가'하고 얼마나 불안했던지요.
결국 다른 모든 조건을 뒤로 하고 '무조건 아이 학교와 가까운 위치의 집이 나오면 들어간다'란 원칙으로 골라 잡은 집인데 그러다 보니 솔직히 제 마음에는 안 드는 부분도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