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은 오늘날의 자동차 이상의 교통통신 수단이었으며 기호품이었고 전략물자였다.
이정근
전장을 누비던 애마다, 말을 죽인 범인을 잡아내라 "이 고을 수령이라는 작자가 모른다니 말이나 되느냐? 말을 먹이던 놈을 잡아 와라."마구간을 담당하던 아전과 말 먹이던 노복이 부복했다.
"어찌된 일이냐?""귀신에 기도드리기 위해서 떼어냈습니다."노복이 실토했다.
"이런 몹쓸 놈들이 있나? 내 말을 죽이고 성황(城隍)에 나를 저주하였으니 찢어 죽여도 죄가 남는다. 급히 국왕에게 치계하여 말을 지키던 자와 부윤의 죄를 다스리고 심양에 즉시 보고하라.""알아 모시겠습니다."뜻밖의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반송사가 머리를 조아렸다. 칙사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뇌물을 안겨주었던 뇌물공세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쳐했다. 반송사의 보고를 받은 인조는 비변사 회의를 열었다.
"말을 지키던 자의 입에서 고기를 베어 귀신에 기도하였다는 말이 나와 마골대가 진노하고 있으니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을 지키던 자와 의주부윤 황일호를 붙잡아 와 중하게 다스린 다음 결과를 심양에 보고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비변사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기구인지 청나라의 대표부인지 알 수 없다.
"황일호를 붙잡아 오라. 그리고 양서(兩西)에 선전관 두 명을 파견하여 각 고을에 숨어 사는 도환인(逃還人)을 색출하여 청나라 사신이 가는 길에 내어주도록 하라."마골대의 말이 죽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 표출이 의외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로 인하여 애꿎은 명나라 망명객들만 벼락을 맞았다. 인조는 금부도사를 의주에 보내 황일호를 한성으로 압송하라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