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배로 오르고, 병어 어획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늘어고 있다. 병어값이 비싼 이유다.
김준
20여 년 동안 병어잡이를 하고 있는 증도 검산마을 최씨는 "금년처럼 병어가 안 드는 것도 드문 일"이라며 마른 입에 담배를 문다. 세 통째 자망 그물을 털었지만 한 상자도 채우지 못했다. 괜히 동승한 것이 죄송스럽다. '혹시 부정을 탄 것은 아닌가.'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그물을 감아올리며 "수온 탓인지 작년부터 병어가 잡히지 않고 있다"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기름 값은 1/3이나 올랐는데 어획량은 1/3이 줄었으니…"라며 말끝을 흐린다. 아예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도 늘어가고 있다.
병어는 수면 바로 아래서 먹이 활동을 하며 생활한다. 수면에서 보일 듯 말 듯 그물을 설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면 위로 그물이 올라오면 병어 대신 쓰레기만 가득 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병어는 자망 외에 안강망, 각망 등으로도 잡는다. 최씨가 이용하는 자망은 물 흐름에 따라 하루에 네 번 그물을 볼 수 있다. 시간을 놓치면 병어들이 조류를 따라 빠져나가기 때문에 부지런해야 한다. 대신 어부들은 자투리 시간(2~3시간)을 이용해 토막잠을 잔다. 그렇게 잡은 신안 병어는 신선하고 단맛이 난다. 다른 지역 것보다 값도 높이 쳐준다.
수십 년 고기잡이를 한 최씨보다 갈매기가 먼저 그물 안 고기를 확인한다. 갈매기가 관심을 보인 그물엔 예외 없이 한두 마리라도 병어가 올라온다. 팔딱팔딱 뱃전을 두드린다. 살이 탱탱하고 뱃살이 볼록한 것으로 보아 알밴 놈이 틀림없다. 막 그물에서 올라온 녀석은 어른 한 뼘이 넘는다. 족히 3년은 자란 모양이다. 1년 된 병어는 반 뼘 정도에 이른다. 몸부림을 치던 병어는 기어코 투박한 젊은 선원의 손에 잡혀 바구니에 갇혔다.
서민들 대표 횟감, 6월 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