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입구안개낀 날, 해발 1280m 영실 입구는 아직 밤입니다.
김강임
6월 8일 아침, 눈을 뜨니 창밖에 비가 내리더군요. 이맘 때면 절정에 달하는 한라산 철쭉 기행을 계획했는데 비가 내리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니, 남편과 모처럼 산행 약속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니 허탈했지요.
"갈까? 말까!"망설임 끝에 우비를 챙기고 한라산 영실로 향했습니다. 초록이 짙게 드리워진 99번도로(1100도로)는 어둠이 깔려 있더군요. 짙은 안개까지 몰려왔습니다. 99번 도로는 안개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지요.
아침 6시 30분, 해발 1280m 영실 입구는 한산했습니다. 비와 안개, 어둠이 걷히지 않은 산은 적막하기까지 했습니다. 한라산에서 키가 큰 해송도 키 작은 조릿대도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발짝 앞서가던 남편이 안개 속에서 뒤를 돌아다 보더군요. 행여 안개 속에 내가 묻힐까 걱정이 되나 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오르는 한라산이지만 늘 새롭습니다. 더욱이 안개 자욱한 날의 산행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더군요. 그리고 스토리를 엮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