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터.흐르는 물줄기가 음기를 뿜고 있다하여 굿터로 이용되었다.
이정근
청나라와 한 번 겨뤄야겠다는 격무에 시달렸을까? 소원 조씨의 몸을 아끼지 않은 과공에 녹초가 되었을까? 임금이 쓰러졌다. 인조가 병이 나서 눕고 만 것이다. 병석에 누운 임금이 이형익을 불러 번침을 맞았다. 이형익은 어의는 아니었으나 소원 조씨의 천거로 궁에 들어와 임금을 치료하는 의원이었다.
"침소 가까운 땅에서 사특하고 더러운 물건을 찾아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하니 신들은 놀라움에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즉시 다른 곳으로 옮기시고 다시 수색하여 궁궐 안에 더러운 기운이 말끔히 없어지게 하소서. 그런 뒤에 돌아와 계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찌 더러운 물건을 소제하였다 하여 이대로 궁궐에 계실 수 있겠습니까?"임금의 병환에 놀란 대신과 육경이 몰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인체의 질환은 사특한 기운이 몸에 들어와 변고를 부린 것이니 장소를 옮기는 것 또한 치료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달리 옮길 만한 곳이 없으니 이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더러운 기운이 뜰과 문 사이에 붙어 있어서 그것이 스며들어 빌미가 되므로 만일 깨끗한 곳으로 피하지 않으면 병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장부와 혈기는 신분 고하에 상관이 없는데 게다가 전하께서는 침을 맞고 약을 드시는 중이니 병환을 돌보시는데 모든 방도를 강구해야 합니다."
"더러운 물건은 이미 다 찾아냈으니 옮기지 않더라도 저절로 회복될 것이다."인조는 자신의 병이 저주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이라고 차마 입 밖에 내지를 못했다.
"거처를 옮기시는 일을 전하께서 폐단이 있다고 여기시나 신하들은 모두 매우 답답하게 여깁니다. 잠시 옮기시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도승지 이기조가 거듭 주청했다.
"의관들이 하나같이 전하의 환우를 위하여 거처를 옮기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합니다."최명길이 피접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때 곁에 있던 이형익이 끼어들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옮기셔도 차도는 없을…."이형익을 바라보는 최명길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이는 조정의 논의에 관계되는데 네가 감히 나선단 말인가?"최명길이 준엄하게 꾸짖었다. 이형익은 아무 말 못하고 물러갔다. 인조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즉각 심양에 전달되었다. 부왕의 병환소식을 전해들은 소현세자는 억장이 무너졌다.
"아바마마께서 병환에 누우셨는데 시약한번 못 드리고 소신은 불효자입니다."소현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즉시 황궁에 통지했다. 통보를 받은 예부에서 회신이 왔다.
"상후가 불편하시다는 말을 듣고 문질 하라는 황제의 명이 계셨다. 곧 차관이 떠날 것이다. 그리고 세자는 책봉례를 준비하라."청나라가 신속하게 반응했다. 인조 이후의 조선을 생각하고 있는 청나라는 인조가 어여뻐서 문병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문질(問疾)이다. 질환을 알아보고 차후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 계획에 세자 책봉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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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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