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명전.창경궁 통명전은 중전이 거처하던 곳으로 구중궁궐 깊은 곳에 있다. 후궁들이 거처하던 곳은 전란과 일재시대를 거치면서 파괴되었으므로 통명전으로 대신했다.
이정근
“무슨 고민이 그리 많으십니까? 전하!”“소원은 알 일이 아니오.”인조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를 못살게 굴던 청나라 사신이 떠났으니 기쁘지 않으십니까?”“날 더러 들어오라니 어찌 기쁘겠소.”소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아비가 청나라에 들어간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전하! 들어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전하께서 들어가시면 소첩과 어린 것들은 어떻게 살라고 들어가신단 말씀입니까. 아니 되옵니다. 전하!”조씨는 품속을 더 깊게 파고들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소원 조씨는 효명옹주를 낳은 데 이어 숭선군 이징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울음을 거두어라. 내가 너를 두고 어찌 들어가겠느냐.”인조는 품속에 있는 소원을 끌어당기며 등을 토닥거렸다.
“그 말씀이 정말이십니까? 전하!”턱밑에서 인조를 올려다보고 있는 소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렇다. 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그 말씀이 정말이십니까? 전하!”“그렇다니깐.”“아이 좋아라. 그러시려면서 소첩을 울리고 그래.”“내가 울렸느냐? 네가 울었지.”“아이 몰라.”냉탕과 온탕을 오간 소원이 인조의 품속에서 요동쳤다. 파도치는 여인의 몸을 인조가 꼬옥 안아 주었다. 인조의 팔 근육에 힘이 실리면 실릴수록 여인의 몸은 고무공처럼 튀어 올랐다.
열락으로 모시고 뒤 따라 가겠습니다 “전하! 전하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품속에 머리를 묻고 있던 소원이 인조를 바라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뭐냐?”“전하는 중전마마를 두고 왜 소첩을 찾으셨어요?”앵두 같은 입술이 뽀루퉁 한 것 같았지만 눈가에는 애교가 흘렀다. 찾아주어 고맙다는 뜻이다. 인조에게는 열다섯 어린 중전이 있었다.
“네가 좋아서 찾아왔느니라.”“아이 몰라.”흘기는 눈가에 요기가 흘러 넘쳤다.
“전하! 아래에도 열락의 세계가 있다는 말을 아십니까?”“그게 무슨 말이냐?”“옥방비결에 그러하온데 힘들고 괴로울 때 더욱 좋다고 하옵니다.”“궁금하구나.”“전하를 그리로 모시고 소첩도 따라가겠습니다.”스물다섯 농익은 여인의 입가에 더운 바람이 불었다. 말을 마친 소원이 인조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문밖에서 지켜보던 대전 상궁이 기겁을 했다. 이 때였다. 창경궁 뒷산 응봉에서 소쩍~ 소쩍~ 새소리가가 들렸다. 맞장구를 치듯이 홍화문 앞 산봉우리에서도 새 한 마리가 화답했다. 그들은 암수 소쩍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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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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