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총기 제조사인 루거사의 웹사이트 화면. 위쪽에 "책임 있는 시민을 위한 총기 제조사"라는 글귀가 보인다. 총기 제조 및 판매업자에게 일반인은 핵심 고객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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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추구권'이 '재산추구권'으로 각 주의 대표들이 모여 완성한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우리가 믿는 자명한 진리가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들 모두 창조주로부터 침해할 수 없는 권리들을 양도받았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포함된다." 그러나 주의 대표들이 각자 지역으로 돌아가 주 헌법을 제정할 때는 표현 몇 가지를 바꾸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재산을 획득하고 보호할 권리'로 바꾼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아놓은 재산에 중앙 정부가 손을 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하여 '행복'이라는 추상적 가치는 '재산'이라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자치권'은 개인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 정부가 비운 자리는 각지에서 빠르게 재산을 불려나가던 유지들 몫이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미국의 독점자본주의는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를 주무르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위의 헌법이 사적 재산의 '획득'뿐 아니라 '보호'까지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인 가운데 일부는 이 부분이 사적 무력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수정헌법 2조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주의 보안에 필요한 경우, 잘 통제된 민병대 개인이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미국총기협회(NRA)가 신주처럼 모시는 이 조항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규정하고 있는 대상과 범위가 대단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의 거의 모든 주는 개인이 총을 소유하는 것은 물론,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휴대를 금하는 곳은 일리노이와 위스콘신 두 주뿐이다. 그러나 이 주들도 총기 휴대를 허용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놀라운 것은, 계속되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주는 계속해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미국엔 오랜 '민병대(militia)'의 역사가 있다. 이는 공권력이 확립되기 전부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던 거주민들이 만들어낸 자기 방어 수단이기도 하지만, 침략이 곧 '개척'이었던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총기 규제를 어렵게 하는 것은 이런 역사적 이유보다는, 총기 판매상들이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미국 정계의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더욱 불행한 것은, 국민 여론은 집단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이익단체의 압력과 회유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사실이다.
'내 손에서 총을 빼앗으려면 나를 죽인 후 빼앗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