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숱한 외국인들을 만나며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여러 단체에서 같은 상담을 하다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원칙적으로 타 단체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건에 대해 끼어들지 않지만, 여러 단체에서 상담을 했던 사람들의 경우 그 사실에 대해 처음부터 다 털어놓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 반복되는 일이 발생한다. 답답한 마음에 상담을 의뢰한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수차례 주고받았던 질문과 답이 이어지면, 괜히 짜증이 나고 답변은 건성이 되며 마음을 닫기 쉽다.그나마 타 단체에서 상담을 하고, 숙식 문제나 접근성의 문제로 상담단체를 옮기는 경우는 기본적인 상담일지 등을 건네받기 때문에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상담하다 보면 훨씬 수월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좀 더 상세한 사항을 알기 위해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역시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얼마 전 결혼이주여성을 상담하며 기본적인 신상에 관한 질문을 통역을 통해 해야 했었다. 그런데 가정 폭력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타 단체에서 상담을 받은 후에, 우리 쉼터로 온 베트남 출신 탐(28, Tham)은 질문에 대해 건성건성 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순간 눈물을 쏟아내는데 앞에 앉은 사람까지 착잡하게 할 정도로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었다.나는 상대방이 이미 여러 차례 받았을지도 모를 질문을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피곤하면 나중에 해도 된다'고 밝히고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말을 자르지 않을 테니 속에 있는 것을 다 털어놔 보세요" 말했다. 그러자 탐은 조용히 괜찮다고 답을 했고, 상담이 이어졌다.처음에는 서로 교감이 없어서 그런지 질문하는 사람이나, 질문 받는 사람이나 심지어 통역까지 종종 엉뚱한 말을 하기까지 했다.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어요?""10년이요.""10년이면 고등학교 중퇸가요?"한참 말을 끊었던 탐은 다시 "10살"이라고 답했다. 10살까지 학교를 다녔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상적인 대화였다면 박장대소했을 의사 소통의 문제였겠지만, 마냥 가슴 한 켠이 짠해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된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것이 온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가 싶을 지경이었다.탐에 의하면 중개업소의 소개로 한국에 온 지 8개월째였는데, 외출하는 시부모에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와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는 시아버지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했다고 했다. 탐은 구타당한 후에 곡기를 끊고 나흘을 누워 있다가 시어머니에게 베트남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결혼 비용 1천 1백만 원을 내놓으면 돌려보내주겠다는 말을 하며 여권을 빼앗았다고 한다.결국 눈치를 살피던 탐은 그 다음날 집을 나왔고, 길을 가던 행인의 안내로 경찰서를 찾았고, 경찰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에 상담단체를 찾은 것이었다. 큰사진보기 ▲구타로 멍이 든 종아리쉼터에서 상담할 당시 모습으로 구타 사건 후 일주일이 지나 멍자국이 많이 없어진 상태.고기복 우리 쉼터에 오기까지는 구타 사건이 있은 후,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는데도 손목과 종아리에 멍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여권 사진과는 달리 통통하던 볼이 쏘옥 들어간 모습은 그 동안 몸과 마음 고생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하게 해 줬다. 그녀에 의하면 입국 당시 49kg이었던 몸이 지금은 38kg이라고 했다. 탐은 의도하지 않은 다이어트의 고통을 8개월 동안 감내해 왔던 것이었다. 그래도 요 며칠 쉼터에 온 후 눈에 띄게 밝아진 모습이다.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딸이었을 탐의 얼굴에 더 이상 서러운 눈물이 맺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가정폭력 #상담 #통역 #다이어트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고기복 (princeko) 내방 구독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영상] '호우 경보' 용인, 불어난 물 거세진 경안천 지류 구독하기 연재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 다음글199화이주노동자 애로 직접 들어볼랍니다 현재글198화'10년'과 '10살'의 차이 이전글197화한국 군대식 모포 털기,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다 추천 연재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10년'과 '10살'의 차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200화엄마 따라 공부하는 아기, 젖병 물고 수업 199화이주노동자 애로 직접 들어볼랍니다 198화'10년'과 '10살'의 차이 197화한국 군대식 모포 털기,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다 196화노동절에 머리 터진 이주노동자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