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암 가는 길가도가도 끝이 없어요. 한 고비, 두 고비,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오르막길! 도대체 왜 절집은 이렇게 높은 곳에 있을까? 투덜대기도 하면서 갑니다.
손현희
아니나 다를까? 오르막 가파르기가 거의 18~20%쯤 되니, 처음부터 기가 질리더군요.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올라탔어요(사실, 오르막에서는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도 매우 힘이 든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금까지 여러 번 올라가봤지만, 오늘은 좀 더 힘들 듯 보였어요.
아니, 지금까지 올라가본 오르막보다 훨씬 더 가팔랐어요. 한 고비, 두 고비, 오르고 또 올라도 다리를 조금이라도 쉴만한 곳이 없네요(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다가도 조금 평평한 땅이 나오면 자전거 위에서도 좀 더 느긋하게 굴리면서 다리를 쉴 수 있답니다). 저기까지만 올라가면 될 듯했는데, 또다시 오르막, 갈수록 길이 더 가팔라집니다.
"우리 옷 좀 벗고 가자!"
"그래! 그러자!"
"휴우~~~! 다행이다."
춥다고 바람막이 옷까지 입고 올라왔는데, 끝없는 오르막 때문에 몸이 차츰 더워졌어요. 남편이 옷 벗고 가자는 바람에 어찌나 기쁘든지….
"그나저나 우리 마누라 대단하다."
"하하하! 나 손현희야!"
"그래그래. 대단하다. 잘했어! 저 아래서 못 간다고 내릴 줄 알았더니 꾸역꾸역 따라오데?"
"하하하! 그럼 내가 누군데, 나 손현희라니까? 하하하."
"하하하!!!"우리는 서로 용을 쓰고 올라오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면서 크게 웃었어요.
"어쩌면 오늘 날씨가 도와줬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이라면 여긴 못 오겠다."
"그러게. 그나저나 왜 절집마다 이렇게 높이 있는 거야? 꼭 이런 데 있어야 도가 닦이는 건가?"
"하하하, 수도암이 본디 수도하는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래."
"하긴 그러네. 이름값 톡톡히 하네. 그 옛날 같으면, 이런 데는 세상과 완전히 떨어진 곳이잖아. 누가 이렇게 깊고 높은 산속에 쉽게 올라오기나 하겠어? 그땐 차도 없잖아."
"그래 맞아. 속세를 떠나 이것저것 다 잊고 살기엔 여기가 딱! 이네."과일도 먹으면서 잠깐 쉬다가 또다시 자전거에 올라탔어요. 애고, 모퉁이 하나 돌고나니 드디어 수도암이네요! 이럴 줄 알았다면 저기서 안 쉬고 오는 건데…. 아깝다!
힘겹게 올라오다가 더워서 옷 하나 벗으려고 쉬었는데, 어느새 절집이라니! 애쓴 보람이 있었나요? 우리 눈앞에 펼쳐진 '수도암'은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무척 조용하면서도 가슴 후련한 분위기를 어떻게 글로 써야할지…. 내 모자란 글 솜씨를 탓할 수밖에!
"저기 좀 봐!"
"응? 어디?"
"저 산에 나무들 좀 봐! 여긴 아직 겨울이다."남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세상에나! 이제야 개나리가 피던 바로 아랫마을 '수도리'와도 또 다른 풍경이었어요. 나무들이 아직 누런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어요. 텃밭이나 절 마당에 심어놓은 작은 나무에만 푸른빛이 감돌뿐 온통 누런 빛깔이 그대로인 게 아직 겨울풍경이에요.
"이야! 요 아래 수도리하고 여기하고 온도 차이가 한 달이나 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그런데 우리 옷 다시 입어야겠다. 바람이 장난 아니다."기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느라 덥다고 옷을 벗어야했는데, 이젠 금세 다시 입어야했어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요. 얼른 주섬주섬 옷을 다시 입고 숨 한 번 크게 돌린 뒤에 절집 구경을 했어요. 이렇게 힘겹게 올라왔으니, 틀림없이 좋은 얘깃거리가 있을 거라고 여기며 구석구석 사진을 찍기에 바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