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성들의 재테크 성공담은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낳았다. 사진은 경기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소.(자료사진)
오마이뉴스 남소연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다들 부자되는데 나만 가난해!재테크가 크게 유행하고 부자열풍이 분다고 모두가 그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상당히 많은 직장인들은 투자를 두려워하고 있고 재테크를 위해 시간내기 어려워 한다. K씨와 같이 '지나친 물신주의'라며 재테크에 부정적인 사람도 적지 않다.
투자 수익 챙기는 것보다 원금손실에 대한 걱정으로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저 검소하게 살면서 최대한 저축하는 것만이 자신이 하는 유일한 재테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대로 귀찮아서 혹은 돈에 관심이 없어서 재테크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재테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은 집값이 크게 오르고 주가가 대세 상승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이유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중국펀드' 등 해외펀드가 고공행진을 할 때 직장 안은 온통 펀드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순식간에 앉아서 돈 번 사람들 뿐인 것 같다. 집 한채 잘 산 것으로 앉은 자리에서 몇년치 연봉을 버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적금 통장과 가계부가 구질구질해 보이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통 사람들은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의 이력이 초라해지고 자신이 성실히 뛰어가는 동안 옆에서 발빠른 사람들은 최첨단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세계에서는 뛰어도 뛰어도 제자리인데 우리의 현실은 뛰어도 뛰어도 뒤처지는 것 같다. 절망감이 느껴지고 이제라도 독하게 재테크에 미쳐야 하는지 짜증이 밀려오고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이다.
뒤늦은 추격 매수, 소수에게 부를 던져준다이런 조급함이나 허탈함은 때로 뒤늦게 무모한 투자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뒤늦게 머니 게임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보통 사람들의 재테크는 이미 지는 게임일 수밖에 없다.
일명 '쩐모양처', 혹은 '펀드 부인'들이라 일컬어지는 재테크 귀재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재테크 책에서는 심지어 강남의 복부인에게 술을 먹이고 공인중개사와 친하게 지내며 건교부 장관이나 기타 공무원들과 자주 면담을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아마 재테크만 놓고 보면 이 정도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조언을 보통 사람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 대다수가 강남 복부인에게 술을 먹여 취중진담을 듣겠다고 쫓아다니는 세상이라면 이상한 나라도 한참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돈이 돈이 번다는 이야기라면 펀드 부인들처럼 거액의 돈을 사적으로 모아 돈이 될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과 펀드에 은행 PB를 움직여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에게 하나마나 한 이야기다. 결국 보통 사람들이 뛰어도 뛰어도 제자리는커녕 뒤처지는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어 불행을 조장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점점 재테크는 돈으로 돈을 버는 노골적인 속성을 더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쫓아오라고 유혹하는 쉬운 돈벌이, 대박 수익의 달콤함은 뒤늦게 들어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자들이 사모펀드로 돈을 모아 투자한 대상을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모펀드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부인들은 보통사람들에게 매물을 던지고 쉽게 차익을 실현할 뿐 아니라 세제 혜택도 톡톡히 본다.
예를 들어 몇몇 아는 부자들이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를 결성한 뒤 부동산을 취득하게 되면 '1가구 2주택'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취·등록세 50% 감면은 물론 펀드가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3년 이상 보유시)나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심지어 업계약서까지 써서 계약서 만큼의 가격으로 되판다면 당연히 계약서상 차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3년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설사 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부동산 투자 차익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으로 간주되므로 15.4%의 세금만 부담하면 된다.
재테크의 귀재, 고도의 재무테크닉으로 돈을 버는 사람을 보통 사람들이 독하게 미쳐서 쫓는다고 이길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심지어 보통 사람들은 이런 대열에서 미래의 가처분 소득, 즉 빚까지 전부 걸고 지는 게임을 감행한다. 사모펀드로 투자한 부동산을 보통 사람들이 빚을 내서 뒤늦게 조급한 마음과 허탈한 마음으로 저지르듯 사주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부의 재분배가 이뤄진다. 문제는 부의 재분배가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적게 가진 사람에게로 공평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윤리성 상실과 쉬운 돈벌이의 유혹이 가뜩이나 불안한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 미래에 써야 할 돈까지 소수 재테크 귀재들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소수는 좋을 수 있으나 뒤늦게 들어간 사람들은 10년 혹은 그 이상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기가 막힌 현실이다.
심지어 부동산 가격이 이대로 간다면 다음 세대는 집 사는 걸 포기하고 살거나 집을 사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은 이미 오래 전에 팔고 떠난 사람들의 통장에 차익으로 남아 호화생활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