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포즈를 취하는 신부의 모습. 미국에서도 남녀의 평균 초혼연령은 계속 늘고 있다.
강인규
미국의 평균 결혼 연령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인데, 이것은 교육 수준의 향상 때문이기도 하지만(사람들은 학업을 마칠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결혼 전 동거를 택하는 커플이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인들의 평균 초혼연령은 여성이 26세, 남성이 27세이다. 한국의 27.5세와 30.6세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30년 전 미국에 비하면 여성은 5년 이상, 남성은 4년 가까이 늦어진 것이다.
미국에서 동거는 이제 윤리나 종교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적인 이슈가 되었다. 결혼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인 셈이지만, 동거는 결혼 생활을 개선하거나 이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로빈스와 라이거의 <미국 정신질환 Psychiatric Disorders in America>에 따르면, 동거커플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결혼한 부부의 세 배가 넘는다. 동거 후 결혼한 커플이 오히려 이혼률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동거가 상호 이해와 헌신도를 높인다는 생각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새커포드의 2001년 연구 "동거, 결혼, 살인"에 따르면, 동거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성적 폭력 비율이 부부관계에 비해 훨씬 높았다. 심지어 동거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율은 결혼의 아홉 배에 달한다. 비록 미국에서는 동거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사라졌고 여성에 대한 가혹한 이중 기준도 없지만, 동거가 남자의 태만을 부른다는 사실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간 여자친구와 동거하다가 헤어진 한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결혼 신청을 기다리며 유무언의 압력을 넣었지만, 남자는 별로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결혼을 미루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장난스럽게 답했다.
"우유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데 소를 왜 사?" 남자들이 철 안 드는 것은 만국 공통인 것 같다. 어쨌든 얼마 전 여자는 그 친구를 차 버리고 더 멋진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사람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결혼하는 미국인들이 줄어드는 것이 와일드의 조롱 때문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와일드 자신은 결혼을 택했다. 사랑에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