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산에 가서 얼레지처럼 빼어나게 예쁜 꽃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지요. 저렇게 예쁜 꽃이 어디에서 왔을까? 왜 피었을까? 이런 생각을 끝도 없이 하다가는 문득, "아, 나더러 이런 상상력에 빠져보라고 피어 있는 것이구나!"하고 웃고 말지요.
안준철
"방금 전에 선생님이 한 행동도 일종의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그걸 생각해내는데 한 사오년 걸렸을까요?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에게는 인격이라는 것이 있어요. 혼날 줄 알았다가 그냥 자리에 앉게 되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지요. 봐요. 지금 두 친구 열심히 공부하잖아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게요."저는 두 아이를 쉽게 용납했지만 두 아이도 저에게 꼼짝없이 당한 꼴이 되고 말았지요. 문제는 두 아이가 그런 일이 있은 뒤 채 오 분이 지나지 않아 잡담을 하다가 걸려 또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인데, 그것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 아이는 또 일어나자마자 자리에 앉게 되었으니까요.
두 번씩이나 용서를 받았으니 세 번을 연거푸 떠들기는 좀 뭐할 테고, 그러다보면 수업도 다 끝이 날 텐데, 정작 제 걱정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용서를 해주었는데도 떠들면 사람도 아니라고 말한 바로 그 때문이었지요. 사람이 되고 안 되고는 제 할 탓이지만 그래도 어딘지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전매특허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렇게 말을 해주었지요.
"너희들 그래도 떠들면 정말 사람도 아니다, 천사지."그런 말을 듣는 그 순간, 두 아이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도 매우 흥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물론 저는 알고 있지요. 두 아이의 눈빛을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제가 농담 삼아 발음한 ‘천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런 눈빛이었지요. 수업시간에 막무가내로 떠들기만 하는 한심한 녀석들이 말이지요.
교육은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