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를 앞세운 친박연대 홍보물(자료사진)
남소연
가훈과 당훈을 보면 가풍과 당의 정체성이 보인다당훈은 그 정당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정당들이 내세운 당훈은 그 정당들의 이합집산만큼이나 천태만상이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은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필두로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 구국참사람연합, 국민실향안보당, 기독당, 직능연합당, 진보신당, 통일당, 평화통일가정당 등 13개나 된다. 그러나 25개 정당이 후보를 낸 17대 총선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그중에서 일단 핵심 가치의 스케일(?)로 보면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하는 '친박연대'가 압권이다. 정당에서 지켜야 할 가치가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친박연대'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이 당의 슬로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를 지켜내겠습니다'뿐이다. 한 마디로 말해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당'이다.
텔레비전 광고건 신문광고건 박근혜 일색이다. 신문광고는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그 옆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박근혜 전 대표와 역시 눈물을 닦는 서청원 공동대표의 얼굴사진을 실었다. 그리고 이렇게 끝맺는다.
"박근혜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박근혜는 엄연히 한나라당 전 대표이고 현재도 한나라당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총무를 지낸 서청원․이규택 친박연대 공동대표와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까지 '엄마 박근혜'의 치맛자락에 매달린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하다. 이는 상도의를 벗어난 일종의 '인물 브랜드 도용'이다.
'박근혜 지키기 인간띠당'...'가정 지킴이' 평화통일가정당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는 선거 승리의 공식에 따르면, 가장 앞선 선거 캠페인일 수 있다. 대중은 단순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의 정치광고를 '박근혜의 영혼을 파는 불법 상행위'로 몰아붙이는 것도 박근혜를 앞세운 단순반복 메시지의 파괴력을 알기 때문이다.
'친박연대'는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51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평화통일가정당(총재 곽정환)은 '가정 지킴이'를 내세운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고 유괴와 납치 같은 강력범죄가 판치는 상황에서는 "범죄로부터 가정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호소가 차라리 '박근혜 지키기 인간띠당'인 '친박연대'보다 더 인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