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들이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18대 총선 통합민주당 공천자 전진대회 및 민생제일주의 비전 국민과의 서약식에서 총선 승리를 기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생물학에서는 기후나 토양 같은 자연환경을 나타내기 위한 표지가 되는 생물 군락이나 식물을 '지표생물' 혹은 '지표식물'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물은 그 오염도에 따라 1급수부터 5급수까지로 분류하는데 급수별로 사는 물고기나 곤충이 다르다. 흔히 다슬기가 서식하면 깨끗한 물로, 실지렁이류가 서식하면 오염된 물로 볼 수 있다.
지표식물이나 지표식물군락은 기후지표와 토양지표로 나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쇠뜨기가 자라는 곳의 토양은 산성이고, 거미고사리가 자라는 곳은 알칼리성에 가까운 땅이다. 또 너도밤나무 숲은 토양이 두꺼운 비옥지의 지표군락이고, 소나무 숲은 척박한 빈양지의 지표군락이다.
'생물'인 정치인 중에도 '지표정치인'이 있다. 이를테면 강남에서만 잘 성장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강북에서만 잘 성장하는 정치인과 정치인 군락이 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토양지표'와 궁합이 잘 맞을 때 우리는 흔히 '표밭'이 좋다고 한다.
강남에서 잘 크는 정치인, 강북에서 잘 크는 정치인18대 총선은 인물과 정책 그리고 전선이 없는 '3무 선거'라고들 한다. 대체로 맞는 얘기다. 그러나 실은 17대 총선 당시에도 전선만 있을 뿐, 인물과 정책은 없었다.
17대 총선의 쟁점은 '탄핵' 단 한 가지뿐이었다. 탄핵에 찬성했느냐 반대했느냐의 이분법의 전선만 있고 '중립'은 설 땅이 없었다. 그 결과 '탄핵 심판론'이 승부를 갈랐다.
4·15 총선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대통령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내주는 것을 막기 위해 탄핵을 추진했다(2004년 3월 1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당시 의석 분포는 ▲한나라당 145석 ▲민주당 62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이었다). 수도권을 내주더라도 보수성향 지지층을 결집시켜 영남을 사수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도 수도권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 당시 수도권 의석수는 현재보다 2석 적은 99석이었다. 그 가운데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76석(서울 32석, 경기 35석, 인천 9석)을 획득한 반면, 한나라당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석(서울 16석, 경기 14석, 인천 3석)에 그쳤다.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수도권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유권자들이 전통적으로 양당 구도를 선호하는 수도권에서는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발을 못붙였다. '탄핵 심판론'이 모든 선거 이슈를 집어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는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민주당 9석 ▲자민련 4석 ▲국민통합21 1석 ▲무소속이 2석이었다. 이로써 지난 12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대야소 정국이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