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노덴 전차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가 타고 다녔던 전차.
이노우에 다케히코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이니셜D>. 주인공 타쿠미는 '도요타 AE86'이라는 구형 자동차를 몬다. 당연히 이 만화를 본 사람들은 이 자동차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군마에 있는 하루나 호수, 그 하루나 호수 공원으로 향하는 다리, 남자 주인공 타쿠미와 여자 주인공 모기의 데이트 장소, 또 타쿠미와 모기가 첫 입맞춤을 한 장소인 주차장. 만화 마니아들은 직접 그곳에 가 만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신기해 한다.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송씨 할머니 고향 '수라리재'. 작품 후반부에 송씨 할머니를 좋아하는 김만석 할아버지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송씨 할머니 소원을 들어준다. 실제로 수라리재 정산에서 석항 쪽을 바라보면 우측에 허름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만화 속 송씨 할머니 집처럼 보이는 이곳을 만화에 감동한 여러 독자들이 찾았다고 한다.
만화 속 그림을 현실에서 보면 마치 만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 그 감동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또 그곳에서 본 것을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리면 가지 못한 사람들도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만화의 배결은 단순히 그림 속 배경에만 머물렀을 뿐, 특정한 곳을 무대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드물었다. 대본소에 쏟아져 나오는 만화들은 주로 활극이 많아 배경이 중요하지 않았고 코믹스라 불리는 만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문학은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의 무대가 됐던 곳을 독자들이 간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획 단계부터 아예 관광상품으로 만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