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고추장까지 갖춰놓은 백인 학생 태진아씨 부엌
태진아씨는 자신의 애창곡이 가수 '태진아'씨의 '동반자'라고 하면서 자신의 한국이름을 '태진아'로 정하겠다고 했던 백인 엔지니어이다. 한국에 출장 차 다섯 번 정도 다녀오면서 한국 음식과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도 새로운 좋은 곡들이 나오면 CD로 사서 듣고 집에 있는 노래방 기계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한 태진아씨의 한국 가요 사랑은 한국 음식 사랑으로 이어진다. 태진아씨의 집 냉장고에는 김치가 들어있었고 태진아씨는 하루도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고 하여 혹시 부인이 한국 사람인가 하는 의혹이 들었지만 태진아씨의 부인은 역시 백인 간호사로 거의 요리를 태진아씨가 맡기 때문에 아주 즐겨하지는 않지만 함께 김치를 먹는다고 했다.
함께 떡볶이를 만들던 그날도 바비큐를 하겠다고 한국 갈비를 재워놓아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찬장에서 한국 고추장이 발견되어 그의 한국 음식 사랑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도 하였다.
태진아씨는 '도전 1000곡'의 애청자이다. 태진아씨는 '도전 1000곡'을 보면서 한국어를 연습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노래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가 쉽고 출연자들이 가사를 못 외워서 당황하는 모습들이 재미있다고 했다. 마침 그날도 '도전 1000곡'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거기서 가수 '김건모'씨의 '잘못된 만남'이 나오고 있었다. 그 노래는 앞부분이 랩으로 되어 있고 속도도 아주 빨라서 따라 부르기가 힘들었는지 기자에게 불러보라고 해서 진땀을 빼기도 하였다.
"선생님! 여기에 나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어떤 거요?"
"이거요. 이거."
태진아씨가 가리키는 것을 본 순간 기자는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노래방 기계 화면에 뜬 '저희 업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문구였기 때문이다. 좋은 음질과 좋은 배경 화면을 원한 태진아씨는 직접 L.A.까지 가서 노래방 업소용 기계를 구입해 왔기 때문에 그 문구가 화면에 뜬 것이었다.
이렇게 10주간의 마지막 수업은 모두 즐겁게 끝이 나고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위해서 떡볶이도 더 잘 만들어야겠고, 랩도 연습해서 학생들에게 실망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렇게 한국 음식과 한국 음악을 사랑해주는 한국인이 아닌 한국어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