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나루터. 소현세자가 건넜던 송파나루터는 한강 치수사업으로 호수가 되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석촌 호수에는 이곳이 나루터였음을 알리는 표지석과 정자가 있다.
이정근
삼전도에서 청나라군의 도하작전이 벌어졌다. 강을 건너야 하는데 배가 없다. 그렇다고 헤엄쳐서 건널 수도 없다. 한강 상류로 우회할 수도 없다. 길은 하나다. 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배를 만들 기술자가 없다. 장인들은 용산강에서 병선을 만들기 위하여 징발해 갔다. 삼전 들녘에 진을 치고 있는 청나라 군사는 10여만 명에 이른다. 홍이포도 있다. 언제 이 많은 병력과 대포를 실어 나를 배를 만든단 말인가.
“뗏목을 만들어라.”
도르곤의 명이 떨어졌다. 청나라 군대는 수군이 없다. 때문에 병선도 없고 병선 건조 기술이 없다. 하지만 훈허나 요하를 건너며 전투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뗏목 이용술은 높았다. 조선인 포로 장정들을 청평과 가평에 보내 나무를 벌목하여 하류로 떠내려 보내게 했다. 오대산과 태백산에 들어가면 실한 나무가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귀로에 가도를 공격하는 황제군과 구련성에서 합류하여 심양에 개선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송파 일대의 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외양간과 뒷간도 헐었다. 청나라 군사들이 지나간 마을은 온전하게 살아남은 집이 없었다. 송파를 싹쓸이 한 청나라 군사들이 벽동말로 진출했다. 온 동네 골목마다 집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당말은 물론 능골까지 자욱한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청나라 군사들의 뗏목용 목재 보투로 오늘날 송파와 천호동 일대가 초토화 되었다.
산성의 공기는 살벌했다, 무신들의 흥분에 문신들은 떨었다창경궁으로 돌아온 인조는 제도(諸道)의 군사를 파(罷)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라 명했다. 군대해산명령이다. 산성에서 명을 받은 사영대장 신경진이 길길이 뛰었다.
“쥐새끼 같은 무리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이 나라는 문관들이 말아먹었다.”
참찬 정기업이 가세했다. 참찬은 의정부 찬성사 문신이다. 산성의 공기가 문신을 향하여 폭발직전에 이르자 무신에 붙은 것이다. 이 때 청나라 군사에게 포로로 잡혀간 처자를 찾아보겠다고 살며시 성을 나간 교리 남노성이 청군에게 붙잡혀 돌아오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흥분한 총융사 구굉(具宏)이 팔뚝을 걷어붙이며 큰소리를 쳤다.
“윤황(尹煌)이 늘 말하기를, ‘오랑캐가 만일 들어오면 나의 여덟 아들을 이끌고 나가서라도 쳐서 물리치겠다’하였는데, 여덟 아들이 어디 있는가? 화친을 배척하기를 주창하여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하였으니 만일 윤황을 베지 않으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 <연려실기술>
산성의 공기는 험악했다. 결과를 놓고 무인들끼리도 반목을 일으키고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무인들의 문인들에 대한 원망은 살벌했다. 성안에 갇혀 있던 문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전전긍긍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숭례문이 불타 무너져 내렸는데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는 모습과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