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과 유창성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2초급 2반 학생들 모습 - 가운데가 대학교 ESL 프로그램 강사로 재직중인 민백영 씨이고 맨 뒤가 대만인 학생 장영주 씨
구은희
이때 시종일관 웃음으로 토론을 지켜보던 ESL을 가르치는 영어 선생님인 민백영 씨가 거든다.
"한국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한다고 들었어요"."아, 그 얘기를 들으셨어요?""네, 그래서 영어 교사들을 많이 모집한다고 들었어요"."그렇군요. 민백영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저는 조금 이해가 안 돼요"."왜요?""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한국어를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도 이중언어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한국에서 왜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돼요".이 말을 듣던 중국계 벨기에 사람인 장나정 씨와 베트남 계 미국 사람 이재희 씨가 나선다.
"우리도 선생님이 영어를 못 하고 한국어만 하면 아주 힘들 거예요"."저도 전에 한국어 배울 때, 그 선생님께서 영어를 못 하셔서 질문도 못 하고 아주 힘들었어요. "그렇군요. 보통 학자들은 모국어를 쓰지 않고 대상 언어(target language)만을 쓰는 것을 권장하는데 정작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군요".한국에서 한국 선생님들이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영어로 가르친다는 발상이 놀랍다는 민백영 씨의 의견처럼 대부분 토론에 참석한 학생들이 한국의 '영어몰입교육'에는 이해가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회사에 커피가 몇 잔 마셨어요?'와 '헤사에서 커피를 몇 찬 마셨어요?'매주 학생들이 써 오는 저널 숙제가 있는데 대만 학생 장영주 씨의 저널에서 재미있는 문장을 발견했다.
'회사에 커피가 몇 잔 마셨어요?'라는 문장이었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한국어 문장이다. 그래서 함께
'회사에서 커피를 몇 잔 마셨어요?'라는 문장으로 고친 후에 읽게 해 보았더니 영주 씨가 [헤사에서 커피를 몇 찬 마셨어요?] 라고 읽는다.
과연 한국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경우에 어떤 말을 좀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 발음이 좀 어눌하여도 얼마든지 잘 알아들을 수 있고, 오히려 귀엽게까지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할 때 조금씩 틀리는 발음 정도는 영어 모국어화자들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발음도 좋고 단어도 많이 알고, 문법도 정확한 외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이 중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덜 중요한 것을 찾으라고 한다면 '발음'이라고 하겠다. 특별히 발음의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언어의 모국어 화자의 발음과 같아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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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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