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는 오름기행은 죽은 듯한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에 빼곡히 서 있는 서어나무와 물참나무, 때죽나무가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오름에 서식하는 소나무는 기생화산 푸르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 하얀 눈이 이불을 깔았습니다. 70cm나 되는 말굽형화구가 제법 깊어 보입니다.
트래킹 묘미, 자연 속살 포근함 느껴
정상에서 시린 손으로 커피 한 잔을 마셔 봅니다. 오름 위에서 마시는 커피는 화산폭발의 잔해물처럼 뜨끈했습니다. 하산 길은 비록 급경사지만 억새 숲 자지러진 길을 택했습니다. 나무 사이 밧줄이 쳐 있고 그 밧줄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보는 느슨함도 트래킹의 묘미입니다.
발에 걸채이는 돌부리와 바지를 잡아당기는 가시넝쿨은 자연의 꿈틀거림, 나도 덩달아 꿈틀댑니다. 화산쇄설물을 밟으며 족은절물오름으로 향하는 우리는 자연의 속살이 얼마나 포근한지를 느껴보는 순간입니다.
민오름은 제주시 봉개동 산 64번지 일대에 있으며 표고 651m, 비고 136m의 말굽형분화구입니다. 제주도 오름 중 민오름은 모두 5개가 있다. 제주시 봉개동 민오름과 제주시 오라동 민오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민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민오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민오름 등 5군데가 있습니다. 민오름 식생대는 물참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왕벚나무, 쥐똥나무, 국수나무 등이 서식하며 억새와 띠가 덮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