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샹 동굴 안에 있는 종유석들이 조명에 드러나고 있다
최종명
져우씨양(九乡)은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종유석들의 신비한 자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동굴 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융기된 계곡 사이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동굴 속에 만들어진 자연 연못도 아름답다. 이름 모를 보라색 꽃이 한 움큼 피어 있기도 하고 짙푸른 잎사귀 사이로 언뜻 깊은 동굴 속이 보일 듯 말 듯 하기도 한다.
이 계곡에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배를 타기도 한다는데, 비가 많이 내려 물살이 가팔라 운행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동굴을 빠져나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우리 일행은 쿤밍으로 되돌아오는 도중에 길거리에서 무를 샀다. 한 바구니에 10위안 정도. 막 밭에서 뽑은 무가 아주 싱싱해 보인다. 그리고, 해발 2천m가 넘는 쿤밍의 정겨운 농촌 풍경을 따라 2시간을 달려 시내로 되돌아왔다.
7월 31일 아침, 쿤밍을 떠나 따리(大里)로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는데 민박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인 아저씨가 전화를 바꿔준다. 한국에서 혼자 여행 온 아가씨가 1시간 후 정도면 쿤밍 역에 도착하는데 함께 윈난 성을 여행할 일행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중국어도 모르는 것 같은데 함께 다니면 피곤하실 거라며 눈치를 준다. 중국에서 혼자 여행한다는 것에 마음이 약해져 이미 약속을 한 후다.
쿤밍 역에서 만난 주연씨는 혼자 방학을 이용해 베이징(北京), 씨안(西安)을 거쳐 윈난 성을 여행하고 꾸이린(桂林)과 상하이(上海)를 둘러보는 코스를 정하고 왔다고 한다. 처음과 달리 갈수록 중국에서 혼자 여행하는 것이 불안해 쿤밍에서 일행을 찾은 것이다.
우리는 시내에 있는 쿤밍민족춘(昆明民族村)으로 갔다. 따리 행 버스를 타기 전까지 3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55개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라 볼 수 있지만 사실 95% 이상이 한족이니 소수민족들은 서로 복잡한 역사와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멍구(蒙古), 후이(回), 장(藏), 위구르(维吾尔) 민족 등 성급에 준하는 자치구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거주지에 현이나 향 등의 형태로 일정한 자치를 보장 받아 살아가는 민족이 대부분이다. 소수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를 한곳에 모아 민족촌을 형성해 관광상품으로 만든 곳이 중국 곳곳에 있다.
베이징 야윈춘(亚运村)에도 있고 이곳 쿤밍에도 민족촌이 있다. 조금 산만해 보이기도 하고 놀이공원 같기도 하지만 곳곳에 소수민족들 마을 모습이나 작은 문화공연 등이 어우러져 나름대로 재미있는 곳이다.
전체 민족인구가 채 50만 명이 안 되는 한 작은 소수민족인 라후족(拉祜族) 마을에 들어서니 기타 소리가 정겹게 울리고 선남선녀가 노래를 부른다. 아마도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의 연가를 불러주는 모습인 듯하다. 라후족은 북방의 깐수성과 칭하이성에서 이주해온 장족(羌族) 계열로서 미얀마(缅甸)와 윈난 성의 경계를 가르는 강인 란창강(澜沧江) 유역에 거주하는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