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이 마르면 꼬막 캐는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낙들이 힘들다.
김준
그만 박어, 물도 없는디조금이 막 지난 너물, 경운기를 선창에 세워둔 남자들이 걱정스레 갯바닥을 살펴보다 인근 숲에서 나무와 마른 풀을 모았다. 타다 남은 굵은 통나무 위에 마른 풀잎과 아카시아나무 가지를 얻더니 익숙한 솜씨로 불씨를 이룬다. 작업이 있는 날 아침이면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불을 피웠던 자리다.
갯벌에도 길이 있다. 그 길로 널(배)을 타고 꼬막밭으로 이동한다. 한 발을 널에 올리고 다른 한 발로 갯벌을 밀치며 타야 한다. 오늘처럼 물때가 마땅치 않아 갯벌 바닥이 말라버리면 널을 타기 힘들다. 평소에는 꼬막 밭에서 뭍으로 나오는 시간은 많아야 5분이나 걸릴까.
꼬막 선착장까지 200m 남겨두고 맨 앞에 섰던 아낙이 널을 멈췄다. 이젠 물동이에 담아온 물도 떨어졌다. 오늘처럼 펄이 말랐을 때 맨 앞에 널을 타는 사람이 널 길에 물을 뿌리면서 타고 나온다. 이젠 그것도 어려운 모양이다. 선창에서 남정네 둘이 마중물을 뿌려보지만 5미터도 나가지 않는다. 안타까움만 더 했다.
반시간을 갯벌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맨 앞에선 아낙이 널에서 내려 수레처럼 끌기도 하고, 뒤에서 밀기도 한다. 용을 써보지만 250센티미터 길이의 널 한질만큼도 이동하지 못하고 멈춘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사진은 원 없이 찍었다.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낙들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넘어왔다.
그만 박어. 물도 없는디. 힘들어 죽겄어.
널배를 밀던 아낙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널을 타기 위해서는 갯벌에 물기가 있어야 한다. 오늘처럼 물도 없는 날은 배를 타기가 매우 힘들다. 즐기기라도 하듯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아낙들이 소리를 지를 법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뱉은 말들을 연결해 놓으니 색주가에서 들을 수 있는 걸쭉한 음담패설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