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앞책방 앞에는 끈으로 묶어 둔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습니다. 번들번들 연신내 술집 밥집 골목에 둘러싸인 모습인데, 책꾸러미 앞에 놓인 모습이 보인다면, 바로 이곳 <문화당서점>입니다.
최종규
(1) 책새책방 나들이와 헌책방 나들이는, 둘 모두 반가운 책을 찾아나서는 길찾기라는 대목에서 즐겁습니다.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리며 떨립니다.
새책방을 찾아갈 때에도 아직 저한테 낯선 책을 찾기 마련이고, 헌책방을 찾아갈 때에도 저한테 아직 눈선 책을 찾기 마련입니다.
일찍부터 알고 있거나 오래도록 찾고 있는 책을 집어들 때도 있지만, 제 눈길이나 생각이나 머리로는 바라보거나 느끼지 못한 곳을 살그머니 집어 주는 책을 조금 더 바라거나 기다리곤 합니다.
목록을 짜서 하나하나 읽어 나가는 일보다는 그때그때 형편과 느낌에 따라서 하나둘 만나는 일을 조금 더 좋아합니다.
언제나 책을 만나는 일이고, 어떤 책을 만나든 제가 못 보았던 대목을 짚어 줍니다. 어느 곳에서나 책을 만나는 일이며, 어떤 책을 읽게 되든 여태껏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돌아보도록 이끕니다.
도서관 살림 꾸리기에다가 동네 막개발 막아내기로 바쁜 가운데 한동안 서울 나들이를 못하고 있다가 하루 짬을 냅니다. 오늘은 조금 멀리까지 가 볼까 하는 생각으로 연신내에 자리한 헌책방 '문화당서점'까지 가 봅니다. 국철을 타고 종로3가까지 달린 뒤 3호선으로 갈아탑니다. 안국, 경복궁, 독립문, 홍제, 불광 들을 지나 연신내에 닿습니다.
(2) 우리한테 없는 책책방에 들어섭니다. 들어서자마자 문간 맨 위쪽에 두툼한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그마치 780쪽에 이르는 두껍고 큰 물고기도감인 <한국어도보(韓國漁圖譜)>(정문기, 일지사, 1977)입니다. 오. <한국어도보>라니. 물고기학자인 정문기 선생이 쏟아낸 모든 땀방울이 영근 도감인 이 책.
사진책 <子どもたちの昭和史>(大月書店,1984)를 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아이들이 ‘소화 천황’ 동안 어떻게 살아갔느냐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창 제국주의에 빠져서 이웃나라로 쳐들어가던 때부터 보여주는 만큼, 사내 계집 가리지 않고 꼬맹이들한테도 나무칼을 손에 들려서 허수아비를 내리치게 시키는 사진부터 나오는데, 일본이 중경대학살을 하던 때 사진도 한 장 곁들입니다. 일본이 중국으로 쳐들어가면서 끔찍하게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진말이 붙어 있군요.
그러나 일본 스스로 이웃나라로 쳐들어가 괴롭힌 이야기는 얼마 없습니다. 그나마 다른 일본 역사책과 견주면 나은 편인데, 일본사람 눈길로 헤아리자면, 굳이 자기네 못난 모습을 들추어낼 까닭은 없을지 모릅니다. 잘못을 저지른 쪽에서 ‘우리는 이렇게 몹쓸 짓을 했다우’ 하고 남김없이 드러내거나 까밝히면서 고개 숙이는 일이란 아주 드물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