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업저버트리 애브뉴 숙소에서 바라본 야경
김성호
후배 언론사 특파원과의 만남탐보 국제공항 입구의 도로에는 우리나라 기업인 “엘지 노트북(LG Notebook)” 광고판이 목 좋은 곳에 2개나 잇따라 서 있다. 공항에 도착해 2층 레스토랑에 올라가니 요하네스버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아공에는 우리나라에서 공영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만이 유일하게 상주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었다. 나는 후배 기자와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나의 배낭여행 이야기와 후배 기자의 아프리카 생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 기자는 “혼자서 어떻게 아프리카 종단여행을 하느냐”고 놀라워했고, 나는 “옛날 신문사에 갓 입사해 새벽부터 경찰서와 병원을 돌아다니며 취재해야 했던 사회부 수습기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초기에 경찰서를 출입하던 신참내기 기자였던 나는 서울 구로공단 여성 노조원들의 파업을 취재하다 경찰에 끌려가 두들겨 맞고 유치소에 노조원들과 함께 구금되기도 했었다. 당시 “한겨레신문 사회부기자”라고 말해도 경찰들은 “한겨레신문은 빨갱이신문인데, 기자는 무슨 기자냐”며 나를 두들겨 패고 유치소에 여성 노조원들과 함께 내팽개쳤다. 신문기자도 경찰에 두들겨 맞으며 취재를 하던 시절이 엊그제 일이다. 아프리카가 아니라 우리나라 얘기이고, 나의 얘기다.
<연합뉴스>는 내가 처음으로 언론사 생활을 했던 곳이어서 상주 특파원은 언론사 후배이기도 하지만, 내가 신문사를 옮긴 뒤에는 서로 다른 언론사지만 정치부 기자로 오랫동안 국회를 같이 출입했던 사이다. 요즘 아프리카와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특파원만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후배기자는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이나 인도에 비하면 한참 멀다”며 좀 더 적극적인 아프리카와의 유대와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엄청난 발전 잠재력이 있는 대륙인데, 그동안 이념상 문제(옛 냉전시대 때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사회주의 경향을 띠었다)나 지리적 거리, 서방 언론에 의한 왜곡된 보도 때문에 잘못된 이미지가 형성되어 아프리카에 대한 교류와 진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기자출신답게 왜곡된 아프리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에서 아프리카에 특파원을 파견하는 이유도 바로 서구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아프리카를 보기 위한 것이다.
CNN 효과를 극복하자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외침후배 기자는 최근에 아프리카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서구 언론에 비쳐지는 아프리카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특파원 기사로 내보냈다고 했다. 한마디로 “시엔엔(CNN) 효과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이다.
2006년 5월 31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2006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서구 언론의 부정적인 이미지 보도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제기했다고 한다. 대표적 언론이 미국의 24시간 뉴스전문 유선 텔레비전 채널인 시엔엔이기 때문에 시엔엔의 아프리카 보도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시엔엔 등 서구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프리카 보도는 내전이나 기아 등으로 죽어가는 어린이 모습 등 부정적인 이미지 일색이고, 최근 아프리카의 빠른 경제성장 등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와 달리 아시아는 경제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묘사되는 등 아프리카 보도와 뚜렷이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후배 기자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데,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는 외국인의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실제와 다른 서구 언론의 지나친 부정적 보도는 아프리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른바 세계 4대 통신사인 미국의 에이피(AP)와 유피아이(UPI), 영국의 로이터(Reuters), 프랑스의 에이에프피(AFP)는 모두 미국과 서구의 뉴스통신사로 서구적 시각의 보도에 치우친다는 비판이 있었다.
최근 각 나라에서는 서구의 정보제국주의에 맞서 각 나라가 자신의 시각으로 국민들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정보주권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동(서아시아)지역이 24시간 뉴스전문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Aljazeera)를 통해 중동의 시각으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도 지난 1983년 서구 언론의 정보독점과 왜곡보도에 대항하기 위해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본부를 둔 ‘범아프리카뉴스통신사(PANA. Pan-African News Agency)’를 설립했으나 재정난으로 활발히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