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허와 철교란저우 바이타산에서 바라본 황허와 철교, 빌딩 숲
최종명
인촨에서 란저우(兰州)로 가는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렸다. 날이 밝자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참 인상적이다. 끝이 없을 듯한 고원 평야를 사이에 두고 저 멀리 높은 산이 길게 뻗어 있다. 새벽에 도착한 란저우 기차 역 앞에 힘차게 날아오를 것 같은 말 동상이 반갑게 맞아준다.
실크로드 길을 따라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거나 칭장(青藏) 고원을 거쳐 티벳 라싸(拉萨)로 가는 기차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란저우. 중국 서북부 최대의 교통 요지다. 동쪽으로 씨안(西安)을 지나 중원 땅으로 가거나 남쪽 스촨(四川)이나 북쪽 네이멍구(内蒙古)로 가려고 해도 이곳을 통해야 하니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요지이다.
란저우는 깐수(甘肃)성의 행정중심 도시이다. 이 성 지도를 보면 길게 동서로 뻗어 있는데 우웨이(武威), 장예(张掖), 쥬취엔(酒泉), 쟈위관(嘉峪关), 위먼(玉门), 둔황(敦煌)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상의 주요도시들이 연결돼 있다.
유명한 허씨저우랑(河西走廊)은 깐수성의 좁고 기나긴 평야 지대로 우챠오링(乌鞘岭)에서 시작된 길은 위먼관(玉门关)까지 장장 1000km에 이른다. 깐수성은 그야말로 이 허씨저우랑 그 자체라 할만하다. 실크로드 주요 통로이었으며 지금도 우루무치로 가는 철로와 국도가 이어져 있다.
란저우 시내를 황허(黄河)가 흐른다. 장장 6397킬로미터의 창장(长江)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5464km)이며 중국문명의 발원을 이끈 강이다. 황허는 쿤룬산맥(昆仑山脉) 동쪽 칭하이(青海) 성의 해발 4800미터 지점에서 시작해 산둥(山东) 성 뽀하이(渤海) 만까지 이어지는 강이다.
란저우 황허에는 쭝산챠오(中山桥)라는 이름의 철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1907년 독일 상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이미 100년이 흘렀음에도 그 웅장하고 탄탄한 자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철교 북쪽에는 바이타산(白塔山)이라는 해발 1700미터의 아담한 산이 있고 그 정상에는 원나라 시대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오를 수 있는 바이타(白塔)가 있다.
6월 25일 오후 작고 아담한 듯하지만, 의외로 계단이 가파르고 높은 바이타산 공원을 올랐다. 이 다리를 건설한 독일 사람들은 강 양편에 거대한 석방(石坊)을 설치하고 각각 ‘三边利济’과 ‘九曲安澜’이라고 새겼다. 그 중 ‘구곡안란’이 새겨진 석방이 있는 곳이 바이타산 공원 입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