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마운틴을 닮은 차리스 산맥
김성호
짭짭한 육포인 빌통의 맛이 그만이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나우클루프트 캠핑장에서 일찍 출발했다. 세스리엠에서 차에 기름을 넣고 불스포트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샀다. 나는 말린 고기인 육포를 샀는데, 빌통(Biltong)이라고 쓰여 있다. 빌통에는 쇠고기와 쿠두, 스프링복, 타조 등 야생 사파리 동물들이 모두 있었다. 나는 쿠두 빌통을 두포 샀다.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이 좋다. 쫄깃쫄깃하니 씹히는 맛도 있고, 양념이 되어 있어 짭짤한 맛도 있다.
우리 육포는 그냥 고기를 말린 것인데, 빌통은 양념을 해서 더욱 입맛을 당긴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 비상식량과 간식으로는 빌통이 최고다. 나는 빈트후크로 오는 도중 두포의 빌통을 모두 먹어치웠다. 양념을 한 빌통이어서 목이 말라 갈증이 생겼지만, 맛 하나 만큼은 그만이었다.
세스리엠에서 불스포트로 오는 길에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차리스 산맥의 모습이다. 마치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을 보는 듯한, 산봉우리가 평평한 테이블 같이 생긴 정상이 펼쳐지는데, 테이블마운틴보다 훨씬 크다.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을 나비미아 사막에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산 모양이 비슷하다.
차량 앞쪽으로 커다란 영양을 닮은 야생동물 무리들이 길을 가로질러 벽을 뛰어 넘어 달아난다. 쿠두(Kudu)이다. 키는 150cm이지만, 뿔은 160cm이다. 수컷만이 뿔을 갖고 있다. 빈트후크 시내에서 구리상으로 서 있는 쿠두가 사막에서 자유를 찾아 뛰어 다니고 있었다. 빈트후크에서 나미브 사막을 오가는 길에는 쿠두와 스프링복, 오릭스, 임팔라, 이랜드, 다마란 딕딕, 개코원숭이, 타조, 땅굴 다람쥐 등을 볼 수 있다.
화살 통 만드는 키버 나무와 웰위치아(벨비치아.Welwitschia) 등 희귀식물들도 볼 수 있다. 특히 나미비아와 앙골라에서만 서식하는 웰위치아는 1천년 이상을 사는 식물로 ‘살아있는 화석 식물’이라 불린다. 사막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축 늘어진 웰위치아는 줄기와 잎사귀가 죽어가면서도 꽃을 피우고 씨를 바람에 날려 새싹을 돋게 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발휘한다.
차량은, 갈 때와 달리 올 때는 세스리엠과 불스포트를 지나 레호보트를 거쳐 빈트후크의 사파리 회사에 도착했다. 서로들 각자의 행선지로 가느라 순식간에 뿔뿔이 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