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전 고문, 정동영·김근태·문희상 전 의장 등 통합신당 중진들. 사진은 지난해 6월 22일 대통합 추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귀빈식당 오찬 모임.(자료사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불출마 희생 제의에는 '386 정치인'들도 예외 아니다정동영 전 의원은 몇 가지 선택지를 놓고 목하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노인 폄하' 발언으로 비례대표 말석으로 배수진을 쳤으나 낙선해 지역구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 도전장을 던져온 사람은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실세'로 통하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설날 단배식에서 "정동영·이회창 같은 센 사람하고 붙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서대문을 선거구는 정동영 전 의원이 사는 곳이다. 그러니 번거롭게 이사를 갈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자리에서 출마하면 된다. 그로서는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세와 맞붙어 살아남으면 다시 한번 대권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17대 총선 때처럼 다시 비례대표 말석에 배수진을 치고 전국 선거유세를 하는 방안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3선인 김근태 의원 역시 열린우리당 의장과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대선 불출마'라는 희생을 감수했다. 그런 그에게 '총선 불출마'는 가혹한 형벌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은 정동영 후보 개인보다는 민주화 세력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이끈 한반도재단은 그에게 불출마를 권고했으나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수도권과 충청·영남에서 교두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라는 희생 제의에는 이른바 '386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재선인 송영길·오영식·임종석 의원과 초선인 백원우·우상호·이광재·이인영·이화영·정청래 의원 그룹에서도 한두 명은 불출마를 선언해야 중진·친노 그룹에 대한 불출마 압박도 진정성을 갖게 된다.
또 어차피 이들 대부분은 이번 선거에 나가도 진다. 그럴 바에야 이번엔 접는 것이 사는 길이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국민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견제세력을 키워달라는 호소의 진정성을 믿을 것이다.
'젊은 피' 오세훈 바친 한나라당과 버락 오바마 현상다른 당도 그랬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탄핵을 주도한 박관용 국회의장을 선두로 김용환, 신경식, 유흥수 의원 등 20명 이상의 중진들이 줄줄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희생 제의’를 치렀다. '늙은 피'로도 모자라 '젊은 피(오세훈 의원)'도 불출마라는 ‘희생 제의’에 동참했다. 그 덕분에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을 뚫고 개헌 저지선(10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50석 안팎으로 예상되는 의석을 개헌 저지선(100석)까지 올리려면 관심을 끄는 '흥행' 요소가 있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버락 오바마 현상이 그것이다.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바마는 61년생이고 흑인이다. 미국인들은 변화와 통합을 역설하는 그에게서 '검은 케네디'를 느낀다고 한다.
아프리카 케냐 이민 2세인 그의 집안은 케네디 같은 명문가는 아니지만 명문대 졸업후 자기 희생과 사회 봉사가 있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오바마는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후 얼마든지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지만 시카고에서 공동체를 위한 봉사를 했다"며 "그를 뽑아 변화를 이루자"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은 "경험이 많은 클린턴만이 교육을 비롯한 미국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하지만 미국인들은 '경험'보다는 '변화'를 선택하려는 것 같다. 미국인들은 부시→클린턴→다시 부시→또 다시 클린턴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할 태세다.
'교황당'이냐 '쇄신당'이냐, 갈림길에 선 통합신당통합신당은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3년여 동안 당 대표를 9명이나 갈아치울 만큼 늘 '쇄신'과 '변화'를 추구했다고 항변한다. 문제는 그 지도부가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는 점에 있다. 통합신당은 지금, 또 다시 '교황당'이냐 '쇄신당'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교황선출 방식은 중앙위원들이 대표 후보를 한명씩 적어낸 뒤, 이 가운데 상위 2~3명을 대상으로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를 한다. 그러나 이는 경선을 거부한 '손학규 합의추대 방식'의 변형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의 판세대로라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당의장으로 추대하는 '교황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재야파 그룹과 쇄신파 초선그룹, 그리고 시민사회세력은 각각 '선명 야당'과 '혁명적 쇄신'을 내걸고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을)과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 및 이계안 의원(서울 동작을), 그리고 김민하 전 중앙대 총장 등을 대표주자로 내세우고 있다.
교황 선출방식은 출마 의사를 밝힐 수 없으므로 사전선거운동 자체가 무효다. 그러나 이들 쇄신파 사이에 '반(反) 손학규 연대'가 이뤄져 이심전심으로 합종연횡이 되면 '쇄신당'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통합신당은 '총선 흥행'을 위해서도 지금은 자기를 희생하고 공동체에 봉사해온 40대 초재선 그룹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 설령 실패하더라도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번에 집권한 한나라당과 보수정권은 대과가 없는 한 적어도 10년은 간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으로는 5년 뒤보다는 10년 뒤가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통합신당이 정권을 되찾기 위해 취할 길은 불을 보듯 환하다. 10년 뒤에, 현재 한나라당의 차세대 지도부와 '대회전'을 할 만한 후진들에게 길을 터줘 이들이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과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를 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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