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팥죽
조찬현
팥죽그릇을 나르던 주인장의 딸이 한마디 거든다.
“면은 반죽해서 하루저녁 냉장고에 넣어 숙성해요. 그러면 면이 쫄깃해져요.”
“5일시장인데 장날만 문 여나요?”
“쉬는 날이 없어. 추석 하루, 구정 때 이틀밖에 못 쉬어. 단골손님 때문에 못 쉬어.”
“하루에 몇 그릇 파나요?”
“못 판 날은 한 50그릇, 평균 70~80그릇 팔어”
“면은 칼로 숭숭 썰어 이렇게 털어갖고 팥 국물에 넣어서 10분 정도 끓여내.”
“반죽에 무슨 특별한 걸 넣나요?”
“소금하고 물 밖에 안 넣어.”
열린 창문틈사이로 식당내부를 살짝 들여다보자 손님들이 가득하다. 손님들 들고 나는 걸 보니 괜찮겠다 싶어 안으로 들어섰다. 아주 오래된 건물의 허름한 내부가 오히려 정겹다.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천정과 바람벽의 벽지는 빛바랜 세월을 담고 있다. 주인장은 이집이 흙집이라고 알려준다. 새알이 더 맛있다며 권하는 걸 마다하고 그냥 팥죽으로 달라고 했다.